우리 전통의 ‘소스’인 장류도 해외로 뻗어나가고 있다. 간장과 된장·고추장은 한국 음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로 삼국사기에는 683년(신문왕 3년) 왕비를 맞을 때 폐백 품목으로 간장과 된장이 기록됐을 정도로 역사가 깊다. 이 장류가 이제는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아 해외 요리에서도 고추장을 나름의 방식으로 활용한 음식까지 등장하고 있다.
30일 농림축산식품부와 관세청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까지 고추장 수출액이 5143만 달러였다. 지난해 전체 수출액이 5258만 달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판매액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한국 요리뿐 아니라 얼핏 보면 고추장과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서양 요리에도 고추장이 활용되고 있다. 오히려 고유의 식재료가 아니기에 우리처럼 조리법의 제한에 얽매이지 않고 창의적으로 활용하는 게 눈에 띈다.
미국 유명 햄버거 체인 ‘쉐이크쉑’이 현지에 내놓았던 고추장 버거가 대표적이다. 이 햄버거는 한국의 양념치킨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 매콤 달콤한 고추장 글레이즈 소스와 아삭한 백김치 슬로, 고추장 마요 소스를 더한 한국적 풍미로 흥행을 이끌었다. 미국 국무부 직원 도미닉이 이 햄버거를 먹고 한국말로 ‘대박 완전 강추(강력 추천)입니다’라고 말한 영상이 주한미국대사관 트위터에 올라오기도 했다. 이 외 미국 치즈 ‘길드’는 아메리칸 오리지널 치즈, 김치와 고추장의 조화를 선보이는 팝업 프로모션을 12월 10일까지 성수에서 진행한다.
해외 유명 셰프가 맛있는 장을 찾아 한국을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기순도 고려전통식품 대표가 운영하는 전남 담양의 ‘발효 학교’에는 1200개가 넘는 장독대가 위엄을 뽐내고 있다. 이 가운데 24개는 11개 나라에서 온 셰프들이 직접 장 담그기 체험을 하고 서명했다. 기 대표는 장흥 고 씨 집안의 열 번째 맏며느리로 이 가문은 370년 동안 장을 직접 담가왔다. 이 점을 인정받아 기 대표는 2008년 대한민국 전통식품명인 35호로 지정되기도 했다. 장 담그기 문화 역시 2018년 12월 27일 대한민국 국가무형문화재 제137호로 지정됐다.
우리 장이 해외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비결이 무엇일까. 해외 다른 소스들이 신맛과 짠맛을 강조한다면 우리 장은 신맛과 또 다른 감칠맛이 장점이다. 가령 타바스코(미국)·스리라차(태국)가 새콤달콤한 가벼운 매운맛을 나타낸다면 고추장은 농도가 진한 깊은 맛을 낸다. 미국 현지에서는 소스처럼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튜브형 고추장 종류도 늘어나고 있다.
고추장과 비교해 해외 사람들에게 생소할 수 있는 된장도 보폭을 넓히는 추세다. 프랑스에서 미쉐린가이드 3스타 식당을 운영하는 파스칼 바르보 셰프는 본인의 인스타그램 맨 위에 ‘야채쌈(Ssam vegetal)’을 올려놓았는데 이 요리의 소스는 유자청과 된장을 섞어 만들었다. 바르보 셰프는 ‘10년 전에 만들어진 쌈 소스는 여전히 파스칼 바르보의 특산물 중 하나로 남아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한국의 장류는 소금을 대체해 간을 할 수 있는 최고의 건강 소스”라고 평가했다. 스페인의 미슐랭 3스타 셰프인 조르디 로카 역시 “한국의 장은 일본 장보다 밀도가 높아 힘이 느껴진다”고 했다.
인기 상승으로 잃어버렸던 이름도 되찾고 있다. 고추장이 대표적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해외에서 고추장은 ‘코리안 칠리 페이스트’로 불렸지만 이제는 다들 ‘GOCHUJANG(고추장)’으로 소개한다. 한 한식 전문가는 “간장과 된장이 여전히 ‘소이소스’와 ‘소이빈 페이스트’로 불리는 경우가 많은데 ‘TTEOKBOKKI(떡볶이)’ ‘KIMCHI(김치)’처럼 고유의 이름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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