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 최고위 당국자가 대한항공(003490)이 EC에 제출한 아시아나항공(020560) 합병 시정 조치안에 대해 처음으로 긍정 평가를 내렸다. 대한항공이 지난달 제출한 아시아나 화물 매각 등 방안에 대해 긍정 평가를 내린 것인데 이에 따라 두 항공사의 합병 승인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7일(현지 시간)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디디에 렝데르 EC 법무청장은 현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한항공의 시정 조치안 중) 일부 제안에서 매우 좋은 진전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EC는 6일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2024년 2월 14일까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기업결합 심사를 잠정적으로 결론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EC의 스톱 더 클록(Stop the Clock·심사 한시 중단) 해제에 따라 향후 심사 진행 과정에 성실히 임해 이른 시일 내 승인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C가 진전이 있다고 평가한 시정 조치안 내용은 아시아나 화물 사업 매각안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는 지난달 2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대한항공의 시정 조치안 제출에 대한 동의 여부’ 안건을 심의해 가결했다. 주요 내용은 아시아나 화물 사업을 매각하는 안건이었다. 당시 이사진 간 이견이 많아 이사회가 한 차례 정회되는 등 난항을 겪었지만 통과돼 대한항공은 △아시아나 화물 사업 매각 △유럽 4개 노선(파리·프랑크푸르트·로마·바르셀로나)의 국내 타 항공사 진입 방안 등 새로운 시정 조치안을 EC에 제출했다.
대한항공이 EC와의 협상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것은 한국·유럽 간 화물에 대한 지배력 완화였다. 올해 상반기만 하더라도 대한항공은 단순히 아시아나 화물기를 매각하는 방안을 EC에 제안했다. EC가 이 제안을 모두 퇴짜 놓자 대한항공은 결국 아시아나 화물 사업을 통째로 매각하는 강수를 뒀다. 대한항공은 여기에 더해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가운데 아시아나 화물 사업을 인수할 기업을 찾아 거래 종결까지 완료하는 조건을 달았다.
아시아나 화물 사업 매각은 미국 경쟁 당국도 주시하고 있는 부분이라 이 문제가 해결되면 미국 당국의 승인 가능성도 높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는 EC와 미국·일본 당국의 승인만 남았다.
항공화물은 미국과 유럽이 전략물자로 분류하는 반도체·바이오의약품과 같은 첨단 제품을 주로 실어 나른다. 한국의 경우 반도체와 바이오의약품의 주요 생산국이다 보니 양 사 합병이 첨단 제품의 운송 가격을 인상시킬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항공 업계는 아시아나 화물 사업을 실제 가져갈 국내 LCC가 있는지 우려하고 있다. 대형 LCC인 제주항공은 처음부터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고 티웨이항공도 아시아나 화물 사업 인수에 부정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에어프레미아 등 중소형 LCC들이 화물 사업 인수를 검토하고 있지만 실제 인수까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