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루나' 폭락 사태를 일으켜 세계 가상화폐 시장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가 몬테네그로 당국에 의해 미국으로 송환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은 몬테네그로의 최고 법무 당국자가 비공개적으로 권 씨를 한국보다는 미국으로 보내 범죄 혐의를 다루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안드레이 밀로비치 법무장관이 주디 라이징 라인케 몬테네그로 주재 미국대사와의 지난달 만남을 포함한 인사들과의 비공개 논의에서 권 씨를 미국으로 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는 것이다.
지난 3월부터 몬테네그로에 수감된 권도형에 대해서는 한국과 미국 모두 그의 인도를 요구하고 있다.
몬테네그로 법원은 지난달 권 씨의 인도를 승인했지만, 그를 한국 혹은 미국으로 보낼지는 밀로비치 장관에게 맡겼다.
또 송환 결정은 권 씨가 공문서위조 혐의로 몬테네그로 현지에서 선고받은 징역 4개월의 형량을 다 채운 뒤에 내려지도록 했다. 권 씨는 지난달 몬테네그로 법원의 2심에서도 공문서위조 혐의가 인정돼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4개월이 선고됐다.
밀로비치 장관은 비공개 논의 사항에 대한 언급을 피한 채 성명을 통해 "대중에게 적시에 결정을 알릴 것"이라고만 밝혔다. 권 씨가 다시 법원의 결정을 받아보겠다고 한 만큼 밀로비치 장관은 최종적인 법원 판결이 내려진 이후에야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밀로비치는 지난달 23일 현지 방송 인터뷰에서도 권 씨 인도와 관련해 "미국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대외정책 파트너"라고 밝혀 자신의 의도에 대해 암시를 준 것으로 받아들여진 바 있다.
권 씨의 몬테네그로 변호사 고란 로디치는 밀로비치 장관의 결정을 확인할 수는 없다면서도 "그런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고 WSJ은 전했다.
지난해 테라·루나 폭락 사태로 인한 전 세계 투자자의 피해 규모는 50조 원 이상으로 추산되며 우리나라에서만 20만 명 이상의 피해자가 발생했다.
테라폼랩스 공동 창업자인 권 씨는 사태가 터지기 직전인 지난해 4월 싱가포르로 출국한 뒤 잠적했다.
권 씨는 이후 아랍에미리트(UAE)와 세르비아를 거쳐 몬테네그로로 넘어왔고, 지난 3월 23일 현지 공항에서 가짜 코스타리카 여권을 소지하고 두바이로 가는 전용기에 탑승하려다 체포됐다.
한편 현재 우리나라 검찰은 권 씨에 대해 증권사기·배임 등 5개 혐의를 적용하고 있다. 미국은 금융사기·시세조작 등 8개로 더 많다. 또한 유죄가 인정될 경우 최대 100년 이상 선고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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