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에 참여하지 못했으니 제 몫만큼 회식비를 나눠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인원에 비례해 팀에 회식비가 배정되는데, 제 몫으로 배정된 금액까지 팀원들이 쓰는 건 부당합니다.”
“팀장님, 총 네 페이지니까 두 페이지는 팀장님이 하시고, 한 페이지씩 저랑 제 옆 동기가 진행하면 좋겠습니다. 월급에 비례해 일을 나누면 빨리 처리가 가능할 것 같아요.”
‘90년생이 온다’로 새로운 세대론을 제시했던 임홍택 작가가 이번에는 ‘2000년생이 온다’를 들고 나왔다. 제목대로 1990년대생과는 또 다른 2000년대 생의 의식구조를 다뤘다.
앞서 언급한 사례처럼 2000년대생에게는 1990년대생에게 조금이나마 남아 있던 전통과 관습이 거의 사라졌다. 팀장과 팀원이라는 상하 관계도 평등하게 접근하며, 회식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자기 몫이 포함됐다고 생각하기에 ‘야무지게’ 회식비의 ‘1/N’을 요구한다. 소위 말해 ‘꼰대’에게는 ‘장착되지 않은 개념’이 이들에게는 사회적 DNA로 존재하게 된 것이다.
저자는 2000년대생을 ‘초합리’ ‘초개인’ ‘초자율의 탈회사형 AI형 인간’이라는 특징을 가진 새로운 인류로 진단했다. 책에는 저자가 직접 경험한 ‘어른들’ 입장에서는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인가?’를 연발하게 하는 에피소드들을 통해 2000년대생의 ‘뇌구조’와 ‘감성구조’를 설명했다.
이를테면 2003년 박카스 TV광고 속 동네 슈퍼 아저씨의 대답은 현재 2000년생에게는 ‘최악’의 저주와 같다.
정장 말끔히 입고 출근 중이던 청년이 동네 슈퍼 아저씨에게 인사를 한다. 아저씨 “오늘 첫 출근합니다.” 슈퍼 아저씨는 답한다. “오 그래? 어떤 회사야?” “그냥 조그마한 회사에요.” “크기가 뭔 상관이야! 가서 크게 키워!”
과거에는 훈훈한 덕담이었겠지만 2000년대생에게 이런 덕담은 이제 ‘악담’과 같다. “좋소(중소기업을 비하하는 은어)는 거르게”란 답이 나와야 ‘참어른’으로 대접받는다. 어쩌면 슈퍼 아저씨의 “어떤 회사야?라는 것을 묻는 것 자체가 예의가 없는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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