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이 자녀를 낳고 키우면서 일할 수 있는 저출산 해결 대책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볼 수 있는 정부 조사 결과가 나왔다. 아이돌봄서비스처럼 현장 지원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정책 지원이 대표적인 예다. 육아휴직 제도가 개선되더라도 일터에서 마음대로 쓰지 못하는 기업 문화의 변화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7일 고용노동부가 여성가족부와 발간한 여성경제활동백서에 따르면 아이돌봄서비스를 이용한 아동 수는 2018년 9만4652명에서 작년 19만1731명으로 약 102% 증가했다. 이용 신청자를 고려하면 이 수준은 더 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이돌보미 수는 같은 기간 2만3675명에서 2만6675명으로 약 12% 느는데 그쳤다. 아이돌보미 서비스 부족은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된 문제다.
양육을 위한 지원 부족은 다른 정책에서도 드러난다. 직장어린이집의 경우 작년 3만923개로 전년 대비 2323곳 줄었다. 초등돌봄교실수는 2017년 1만1980곳에서 작년 1만4970곳으로 늘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이용 인원이 24만5303명에서 29만2068명으로 늘어난 상황을 고려하면, 충분한 수준인지 평가가 엇갈릴 수 있다.
이런 상황은 자녀를 돌보기 위해 직장을 포기하는 경력단절 여성을 크게 줄이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다. 작년 경력단절여성은 139만7000명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3.5% 감소했지만, 2016년부터 매해 평균적으로 100만명 중후반대다. 경력단절 사유 1위는 육아다.
내년 육아휴직제도의 혜택은 종전보다 크게 늘어난다. 일명 3+3 부모육아휴직제를 내년부터 6+6 부모육아휴직제로 바꾼다. 현행 제도는 부모가 동시 또는 순차적으로 자녀 생후 12개월 내 육아휴직을 사용할 때 첫 3개월에 대한 부모 각각 육아휴직 급여를 통상임금 100%로 지급한다. 부모가 3개월간 혜택을 받아 3+3(3개월씩)으로 불린다.
6+6 휴직제는 3+3 휴직제 보다 혜택이 확대됐다. 사용가능자녀연령은 생후 12개월에서 생후 18개월로 늘고 부모 각각이 받는 육아휴직 급여기간도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된다. 휴직급여도 3+3 휴직제처럼 통상임금의 80%에서 100%로 늘어난다. 급여 최대 수준을 정한 기준도 상향 조정된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육아휴직을 마음껏 쓸 수 없다는 불만도 높다. 올 3월 직장갑질119가 남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45.2%는 ‘육아휴직을 마음대로 쓸 수 없다’고 답했다. 이 비율은 비정규직(58.5%),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67.1%), 월급 150만원 미만 근로자(57.8%) 등 노동 취약계층이 더 높았다. 심지어 출산휴가를 마음대로 쓰지 못한다고 답한 직장인도 39.6%였다. 가족돌봄휴가도 응답자의 53%가 사용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직장갑질119는 육아휴직, 출산휴가 등을 썼다가 복귀 후 급여 삭감, 휴가일수 조정 등 부당한 경험을 한 사례도 있다고 공개했다. 직장갑질119는 “우리나라는 아이를 맡길 조부모가 있거나 부자가 아니라면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없는 장시간 노동국”이라며 “정부가 직장인에게 준 선택권은 회사를 그만두거나 아이를 안 낳거나 둘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정부도 저출산의 심각성을 인지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26일 국무회의에서 “저출산 문제는 우리가 상황을 더욱 엄중하게 인식하고 원인과 대책에 대해 그동안과는 다른 차원의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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