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납품대금연동제 계도 기간 종료를 불과 3일 앞두고 계도 기간을 연장해 달라는 의견을 냈다. 중소기업계와 관계 당국은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1년 이상 법 시행 예고와 안내 등을 통해 준비할 시간이 충분했던데다 본격 시행 3일을 앞둔 상태에서 갑작스러운 계도 기간 연장 요구는 비상식적이라는 입장이다.
중견련은 29일 수·위탁 거래 중견기업 151개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납품(하도급)대금연동제 시행에 따른 중견기업계 의견 조사’에서 82.1%가 납품대금연동제 계도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고 답했다며 “계도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납품대금연동제란 수탁 기업이 위탁 기업에 납품하는 물품 등의 주요 원재료 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 변동하는 경우 그 변동분에 연동해 납품 대금을 조정하는 내용이 포함된 서면 약정을 체결하는 제도다. 올 10월 4일부터 시행됐고 올 연말까지 계도 기간을 거쳐 내년 1월 1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내년 1월 1일부터 익명제보센터, 특별 직권 조사 등을 통해 탈법 행위에 대한 처벌이 가능해진다.
중견기업인들은 납품대금연동제 대응 준비가 미진한 이유로 ‘시간 부족(49.0%)’ ‘협력사의 인식 부족(21.4%)’ ‘내부 인력 및 예산 부족(15.3%)’ ‘모호하고 불명확한 법·규정(8.2%)’ 등을 꼽았다. 중견련 관계자는 “중견기업은 수탁 기업이자 위탁 기업들이 많아 연동제에 따른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수많은 기업과의 거래에서 계약 기간과 내용에 따라 수백 개에 달하는 연동 약정을 체결해야 하는 중견기업들이 모든 준비를 마무리하기에 3개월의 짧은 계도기간은 태부족”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중소기업계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입법이 예고됐고 관련 법도 올 초부터 공개됐다”며 “동행 기업이 이미 1만 개를 넘어섰고 표준계약서·가이드북까지 나온 상황에서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당국 역시 당혹스러워 하면서도 계도 기간 연장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1년 이상의 준비 기간 동안 이렇다 할 의견을 개진하지도 않았던 중견기업계가 본격 시행을 불과 며칠 앞두고 갑작스레 계도 기간 연장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당국 관계자는 “수많은 설명회와 회의 등을 통해 의견을 개진할 기회가 많았지만 중견기업들은 이와 관련해 연락이 온 적도 한 번 없었다”며 “계도 기간 연장을 검토한 적 없고, 연장도 의미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어 “악의적인 위반이 아닌 제도 이해 부족 등에 따른 행위에 대해서는 조사 시 충분히 감안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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