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받았던 정직 2개월의 징계가 위법하다는 항소심 판결에 법무부가 상고하지 않기로 했다. ‘패소할 결심’을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온 법무부가 사실상 ‘윤 대통령 감싸기’ 논란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29일 법무부는 “항소심 판결을 검토한 결과, 1·2심 재판 과정에서 제출된 원·피고의 모든 주장과 증거를 심리한 후 징계처분을 취소한 이번 판결에 헌법·법률·명령·규칙 위반 등의 상고이유가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서울고등법원 행정1-1부는 지난 19일 1심을 뒤집고 “헌법상 적법절차의 원칙과 관계법령을 위반한 하자가 있으므로 징계 의결은 위법하다”며 징계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법무부는 상고를 하지 않는 이유로 △징계청구권자로 심의에 실질적으로 관여해서는 아니되는 법무부장관이 사건심의에 관여한 사실 △법률상 정족수 미달한 상태로 심의와 의결이 이루어진 사실 △징계대상자의 방어권을 침해한 사실 등을 제시했다. 법무부는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의 징계 과정에 중대한 절차위반과 방어권 침해 등이 있었다는 항소심 판결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검찰의 중립성과 검찰 수사의 독립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 시절인 2020년 12월 추미애 장관이 재직 중이던 법무부에서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징계 사유는 주요 재판부 사찰 의혹 문건(주요 사건 재판부 분석) 작성·배포, 채널A 사건 감찰·수사 방해, 검사로서의 정치적 중립 훼손 등 4건이었다.
법무부가 ‘패소할 결심'을 한 것이 아니냐는 야권이 지적이 이어져온 만큼 논란은 커질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법무부 발표 이후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작정하고 패소한 법무부 결국 상고포기,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하는가”라고 밝혔다. 앞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재판쇼도 잘한다. ‘패소할 결심’ 시나리오, 연출, 배우로서 연기 모두 마치느라 수고하셨고 정치무대로 이동할 일만 남았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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