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새 한류 덕에 해외에서 인지도를 높인 K푸드가 새해에는 글로벌 식품 시장에서 주연을 맡으면서 이제는 오히려 한류를 이끌 것이라는 전망이 글로벌 조사기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K콘텐츠를 접한 후 ‘호기심'에 시도해보던 K푸드가 어느새 유튜브나 틱톡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자리잡은 데 이어 이제는 빠른 확산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식음 트렌드 컨설팅 업체 에이에프앤코(Af&co)는 ‘2024년 올해의 요리’로 한식을 꼽았다. 에이에프앤코는 미국에서 2023년 떡볶이에 사용되는 떡 판매량이 전년 대비 450% 증가했고, 2022년 뉴욕 미슐랭 가이드에 한식집이 2006년 대비 4배 많이 소개된 점 등을 K푸드 부상의 근거로 꼽았다. 앞서 네덜란드의 식품산업 컨설팅업체 ‘푸드바이디자인’도 보고서를 통해 K푸드를 식물성 단백질, 인공지능(AI) 레시피, 스파이콜로지(spicology·인공지능 레시피에 향신료를 더한 요리)와 함께 2024년 주목할 4가지 트렌드로 꼽았다. 보고서는 “새롭고 매콤한 한국 요리가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글로벌 식단에 없어서는 안되는 음식이 됐다”고 분석했다.
K푸드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한국 영화나 드라마 등을 타고 해외 소비자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영화 ‘기생충’에 나온 ‘짜파구리’와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에 나온 달고나 과자가 대표적인 사례다. 출연진들이 음식을 정성스럽게 요리해먹는 모습에 시청자들은 호기심으로 K푸드를 시도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K푸드 요리하기’가 그 자체로 하나의 콘텐츠로 자리잡으면서 글로벌 식문화를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틱톡코리아는 지난 해 말 2024 트렌드 간담회에서 한국의 드라마와 뷰티, 식음료 콘텐츠가 K콘텐츠의 글로벌 확산을 이끌고 있다고 발표했다. 손현호 틱톡코리아 글로벌비즈니스설루션 매니저는 “K푸드와 뷰티, 드라마 관련 영상 조회 수와 ‘좋아요’ 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며 “예컨대 틱톡에서 화제를 모았던 김밥의 경우 영상만 13억 개가 넘는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SNS를 통해 유명해진 ‘냉동 김밥’은 지난달 한국으로 역수출될 정도였다.
특히 내년 식음 글로벌 식음 트렌드가 ‘채식 지향’, ‘향신료’, ‘퓨전’인 만큼 한식의 성장 가능성은 더 높다는 평가다. 실제 젋은 소비자들이 소스와 향신료 등을 이용해 한식을 직접 요리해보는 게 하나의 놀이 문화로 자리잡으면서 대상(001680) 청정원의 지난해 장류 수출액이 5년 전 대비 2배 가까이 성장했다. 라면 역시 모디슈머(자신만의 레시피로 제품을 즐기는 소비자) 콘텐츠로 인기다. 실제 유튜브나 틱톡에서 ‘라면 업그레이드’, ‘바이럴(viral)’, ‘핵(hack, 난도질하다)’ 등을 검색하면 조회수 1000만 회를 영상들을 심심찮게 찾아 볼 수 있다. 크리에이터와 시청자들의 국적은 다양하다.
프랜차이즈 기업들도 K푸드를 알리는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 BBQ 등은 프랜차이즈들은 엔데믹 이후 늘어나는 현지 외식 수요를 잡기 위해 적극적으로 매장을 늘리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저출산 문제 등으로 국내에서 성장 한계에 직면한 식품 기업들이 오랫동안 해외 시장 문을 두드려왔는데, 그간의 노력이 K콘텐츠와 SNS를 타고 빛을 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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