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최고 명문으로 꼽히는 하버드대학 총장이 잇단 논문 표절 의혹에 결국 자진 사퇴했다.
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게이 총장은 논문 표절 의혹과 관련해 스스로 총장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발표했다.
게이 총장은 학생과 교직원을 대상으로 한 공개서한에서 "내가 자진 사퇴하는 것이 학교를 위해 최선의 방법이라는 게 명확해졌다"며 사임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학교 이사진과 상의를 통해 이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고 전했다.
게이 총장은 지난달부터 자신이 과거 발표한 논문에서 표절 증거가 발견됐다는 공격을 받아왔다.
하버드대는 당초 게이 총장의 박사학위 논문 2편에서 인용 표시가 불충분한 부분이 발견됐다면서도 '문제가 된 부분만 수정하면 된다'는 취지로 게이 총장을 보호했다.
그러나 새해가 된 뒤 추가로 표절 의혹이 공개되자 게이 총장과 학교 측도 더 이상 버티기가 힘들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게이 총장에 대한 표절 의혹은 지난달 5일 연방 하원이 아이비리그 대학교의 유대인 혐오 여론과 관련해 개최한 청문회 이후 본격화했다.
당시 게이 총장은 '유대인을 학살하자'는 일부 학생들의 과격한 주장에 대한 질의에 대해 "하버드는 폭넓은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고 있다"고 답해 보수층의 반발을 샀다.
게이 총장과 함께 청문회에 출석했던 펜실베이니아대(유펜) 엘리자베스 매길 총장은 교내·외의 반발 탓에 나흘만에 사퇴를 발표했다.
게이 총장을 포함하면 연방 하원 청문회 이후 한 달만에 아이비리그 대학 총장 2명이 자리에서 내려오게 됐다.
총장을 교체하자는 주장이 교내에서 분출된 유펜(펜실베이니아 대학교)과는 달리 하버드대는 이사회가 청문회 이후 게이 총장의 유임을 발표하는 등 학교 바깥의 비판 여론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논문 표절 의혹이 제기된 후 교내에서도 게이 총장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했다.
학생에게 적용하는 표절 처벌 기준과 게이 총장에게 적용되는 기준이 다르다면서 '이중잣대'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게이 총장은 미국 뉴욕의 아이티 이민자 가정 출신으로 지난해 7월 흑인 최초로 하버드대 수장 자리에 올랐지만, 5개월여 만에 자리에서 내려오게 됐다.
하버드대가 1636년 개교한 이후 최단기 기록이다.
게이 총장은 교내 구성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내 임기는 짧았지만, 인류애에 대한 탐구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점을 우리들이 다시 인식하게 된 순간으로 기억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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