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과 디지털·로봇 등의 첨단기술이 더해진 HD현대(267250)의 사이트(Xite) 혁신은 인류가 미래를 건설하는 근원적 방식을 변화시킬 것입니다.”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이 10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4’에서 기조연설 무대에 올라 건설기계 사업의 비전을 발표했다. 사이트(Xite)는 물리적 건설 현장을 뜻하는 ‘Site’를 확장한 개념으로, 미래 기술을 활용해 스마트 건설 현장을 구현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정 부회장은 CES에 참가한 지 3년 만에 첫 기조연설을 맡았다. 흙을 연상시키는 베이지색 재킷을 입고 등장한 그는 “건설 산업은 인류 문명의 토대를 마련했지만 기술과 혁신에 있어 가장 느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첨단기술을 바탕으로 한 건설 산업의 근원적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부회장은 혁신을 위한 3대 목표로 안정성, 무인·자율화, 탈탄소화를 제시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AI 플랫폼인 ‘X와이즈(X-Wise)’와 현장 관리 솔루션 ‘X와이즈 사이트(X-Wise Xite)’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정 부회장은 “우리 사업의 본질이 하드웨어 기반 장비 제조 업체에서 소프트웨어 기반 솔루션 제공 업체로 진화했음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HD현대가 단순한 장비 생산 판매를 넘어 AI와 데이터 기반의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의미다.
기조연설에서는 HD현대의 이 같은 비전을 실현하게 도와줄 주요 파트너들도 등장했다. 마르코 후터 그라비스로보틱스 창업자는 자율 굴착기와 건설 장비 로봇의 가능성을 발표하고 필립 모이어 구글클라우드 부사장도 생성형AI를 활용한 협업 로드맵을 공개했다. 마지막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정부 관계자가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정 부회장은 재계에서 ‘사우디통(通)’으로 불릴 만큼 끈끈한 유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기조연설이 끝난 후 기자와 만나 “사우디 정부에서도 무인 솔루션 도입을 굉장히 원하고 있다”며 “좋은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IT 기업들이 주축이 된 CES에서 건설기계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의 대표가 기조연설자로 연단에 오른 것은 HD현대가 처음이다. 기조연설장에 관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며 1800석의 자리가 꽉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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