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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美 비트코인 제도권 편입…가상자산 관련법 정비 시급하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10일(현지 시간) “다수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상품(ETP)의 상장 및 거래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ETP는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가상자산인 비트코인이 2009년 세상에 나온 지 15년 만에 공식 투자자산으로 인정받고 제도권 금융에 편입된 셈이다. 이번 승인으로 최대 300조 원의 자금이 가상자산 시장으로 이동하고 실물 자산 토큰, 탈중앙화금융(DeFi·디파이) 등 관련 산업의 급성장이 예상된다. 특히 ‘블록체인 기반의 분산형 온라인 생태계’를 뜻하는 ‘웹3’ 시대가 앞당겨지면서 일상생활에도 큰 변화가 올 것이다.

다른 나라들도 신성장 동력 점화와 미래 사회 대비를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에 앞서 캐나다·독일·브라질·호주 등이 비트코인 현물 ETF 발행을 승인한 상태다. 일본은 최근 은행의 스테이블코인(법정화폐에 연동하도록 설계된 코인) 발행, 암호화폐를 통한 스타트업 자금 조달 등을 허용했다. 가상자산 합법화에 가장 엄격했던 중국마저 지난해 1월 대체불가토큰(NFT) 거래가 가능한 국영 거래소를 출범시켰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11일 “비트코인은 확실히 하나의 투자재로 자리 잡은 것 같다”며 “투자자산으로서 어느 정도의 가치가 있고 안정성이 있는지 시험해볼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 금융 당국의 정책은 여전히 규제와 관리 감독에만 치우쳐 있다. 루나·테라 폭락 사태 등으로 투자자의 원성이 커질 때만 찔끔 대책을 내놓는 식이다. 2021년부터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안을 도입했고 올해 7월부터 1단계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 시행에 들어가지만 아직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미공개 정보 이용, 시세조종 행위 등 불공정거래 규제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가상자산 발행과 유통, 산업 육성 등을 다룬 2단계 가상자산법은 언제 도입될지 아직 기약도 없다. 지금처럼 가상자산의 법적 지위가 애매모호하면 외려 돈세탁·사기·시세조작 등에 악용될 우려가 있다. 투자자 보호와 미래 산업 육성이라는 두 가지 정책 목표가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관련 법과 제도 정비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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