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11일 미국에 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국내 거래를 금지하자 국내 증권사들은 기존에 매매해온던 해외 관련 ETF들까지 거래 서비스를 중단했다. 금융 당국의 규제 일변도 조치에 개인투자자들은 강력 반발했고 투자 업계는 일대 혼란에 직면했다.
12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은 이날 부랴부랴 캐나다·독일 등에 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ETF의 신규 매수 서비스를 중단했다. 미래에셋과 삼성·키움증권(039490) 등 대다수 증권사는 전날 미국 시장이 시작되기 전 비트코인 현물 ETF의 거래 중단 조치를 취했다. KB증권은 비트코인 현물 ETF뿐 아니라 홍콩과 미국 등에 상장돼 기존에 매매를 주선해오던 23종의 가상자산을 기반으로 하는 선물 ETF 거래까지 전면 제한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10일(현지 시간)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를 공식 승인해 국내 투자자들의 해당 상품 거래를 준비하던 증권사들은 세계 최대 ETF 시장인 미국의 비트코인 현물 신규 거래는커녕 기존에 서비스하던 해외 상장 비트코인 선물·현물 ETF 거래까지도 중단하는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이는 금융위원회가 비트코인 ETF 거래 중개가 현행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사실상 ‘금지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전날 “국내 증권사가 해외 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ETF를 중개하는 것은 자본시장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밝혔고 금융감독원 역시 증권사에 미국 비트코인 ETF 관련 상품 발표를 보류해달라고 권고했다.
투자 업계와 개인투자자들은 규제만 생각하는 금융 당국에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자산운용사의 한 고위 관계자는 “미국의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은 글로벌 금융의 중심지에서 신중하고 다각도로 검토해 내린 결론”이라며 “세계적 추세를 무시하고 한국만 금융회사의 상품 출시뿐 아니라 개인 거래까지 막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했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비트코인 자체는 투자 중개 상품이 아니지만 비트코인 현물 ETF는 투자 중개 상품”이라며 금융위의 법 해석에 반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 개인투자자는 “그동안 금융 당국은 해외 비트코인 선물·현물 ETF 거래를 방치한 것이냐”면서 “거래를 주선해온 증권사들을 모두 제재할 것인지 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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