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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선암 착하다고 누가 그래?” 1년 못 버텼는데…해법 찾았다[헬시타임]

■강남세브란스병원·연세의대 공동 연구팀

미분화 갑상선암의 항암제 저항원리 규명  

유튜브 '조현아의 목요일 밤' 캡처




"촬영 초반엔 너무 힘들어서 매일 울었다"

갑상선 유두암 투병 후 드라마에 복귀한 배우 박소담의 고백이다. 박소담은 2021년 11월 건강검진에서 갑상선 유두암으로 진단되어 수술을 받았다. 젊은 나이에 암 수술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며 대중의 걱정 어린 시선이 이어졌다. 박소담은 작년 말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수술한지 얼마 되지 않아 대본을 받았는데, 목소리도 다 안나오고 목도 다 안 돌아갈 때였다"며 "나를 믿고 캐스팅 해준 감독님과 관계자들, 상대 배우에게 폐를 끼치면 안 된다는 생각이 컸지만 몸이 너무 힘들었다. 괜찮다며 일을 시작했지만 괜찮지 않은 나를 마주하는 게 너무 힘들었었다"고 회상한 바 있다.

일반적으로 갑상선암은 진행이 느리고 전이가 드물어 ‘착한 암’, '거북이암' 등으로 불린다. 갑상선 유두암(Papillary Thyroid Carcinoma)이 국내에서 발생하는 갑상선암의 9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흔한데, 그 외에도 여포암, 수질암, 역형성암, 림프종 등으로 유형이 다양하다. 유형에 따라 성격도 크게 다르다. 특히 전체 갑상선암 가운데 1% 미만인 미분화 갑상선암은 대표적인 난치암으로 꼽힌다. 주변 장기로 전이가 빨라 치료하지 않으면 3개월 이내 사망할 수 있고, 치료하더라도 1년 이상 생존율이 20% 밖에 되지 않는다.

(왼쪽부터) 황성순 연세의대 의생명과학부 교수, 김석모·윤혁준 강남세브란스병원 갑상선내분비외과 교수. 사진 제공=강남세브란스병원


그런데 항암제가 듣지 않아 평균 생존기간이 1년이 채 안되는 ‘미분화 갑상선암’을 극복할 새로운 치료전략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제시됐다.

김석모, 윤혁준 강남세브란스병원 갑상선내분비외과 교수와 황성순 연세의대 의생명과학부 교수 공동 연구팀은 유전체 분석을 통해 기존 항암제에 높은 저항성을 보이는 미분화 갑상선암의 항암제 저항 매커니즘을 규명했다고 12일 밝혔다.



글루타민 분해 대사만 억제했을 경우 단일탄소 대사기전을 활성화해 암세포가 생존했다(그림 A). 반면 글루타민분해효소와 단일탄소 대사를 동시에 억제했더니 활성산소(ROS) 균형이 무너져 암세포가 사멸하고 항암제 치료 효율이 증가했다(그림 B).사진 제공=강남세브란스병원


연구진이 유전체 분석을 실시한 결과 갑상선 유두암에 비해 미분화 갑상선암에서 글루타민분해효소(GLS) 발현이 높다는 것을 확인했다. 글루타민은 포도당 다음가는 세포 에너지원이다. 글루타민분해효소(GLS)를 이용해 글루타치온(GSH)을 합성시켜 종양세포에 각종 영양분과 에너지를 제공한다. 실제 주요 암종에서는 GLS가 높게 나타난다.

연구진은 GLS를 억제해 암세포의 영양 공급을 막으면 항암제 효과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예측과 달리 글루타민 분해 경로를 억제해도 미분화 갑상선암세포는 살아 남았다. 연구진은 이 과정에서 미분화 갑상선암이 ‘단일탄소 대사기전’을 활용해 생존한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아냈다.

GLS 저해제 'BPTES'와 단일탄소 대사기전의 핵심 효소인 PHGDH를 억제하는 저해제 'CBR-5884'를 동시 투여하는 동물실험을 실시한 결과 암세포를 유지하는 활성산소종(ROS)의 균형이 무너져 암세포 사멸을 촉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 항암효과는 기존 단일 항암제를 사용했을 때보다 50% 가량 향상됐다. 추가 실시한 유전체 검사 결과 갑상선 유두암에서 미분화 갑상선암으로 진행될수록 단일탄소 대사의 기전은 강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단일탄소 대사기전이 항암제 저항의 가장 중요한 요인임을 확인한 만큼 이를 제어하는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후속 연구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김 교수는 “글루타민 분해효소와 PHGDH를 동시에 억제하는 병용 투여 전략이 미분화 갑상선암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네이처의 자매지인 ‘세포사멸과 질병(Cell Death & Disease)’ 최근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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