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자리 잡은 해외 유수의 갤러리들이 한국 작가를 발굴하는 재미에 빠졌다. 박서보, 이배 등 국내 작가들이 해외에서도 선전하면서 국내 작가들과 협업을 통해 해외에도 국내 작가를 소개하기 위한 취지다.
지난 2016년 한국에 진출한 ‘페로탕 갤러리’가 대표적이다. 페로탕 갤러리는 프랑스의 엠마뉴엘 페로탕이 이끄는 현대미술 갤러리로 국내에서는 서울 청담동에 터를 잡고 있다. 한국 진출 이후 줄곧 해외 작가들을 중심으로 전시를 진행해 온 페로탕은 이달 24일부터 기하학적 추상세계를 펼치고 있는 이상남(사진)의 전시를 열 예정이다.
페로탕은 국내에 진출한 해외 갤러리 중 한국 작가를 가장 적극적으로 후원하고 홍보해 왔다. 작고한 정창섭, 박서보, 이배 등을 전속 작가로 두고 미술관 전시를 이끌기도 했으며, 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한국 작가를 발굴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6년 서울점을 개관한 이후 국내 작가만으로 이뤄진 개인전을 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전시의 주인공이 된 이상남은 기포와 도형을 이용해 자신 만의 조형 언어를 구축해 온 70대의 원로 작가이지만 화업에 비해서 국내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게 사실이다. 페로탕은 “그간 페로탕은 한국 작가들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올해부터는 좀 더 적극적으로 국내 작가를 지원하고 알리는 데 주력하기 위해 이번 전시를 준비했다”며 “전시를 하는 장소는 한국이지만 글로벌 갤러리이기 때문에 국내에서 전시가 진행되면 해외에도 해당 작가가 소개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리만머핀과 타데우스 로팍은 한국 작가로만 이뤄진 단체 기획전을 새해 첫 전시로 준비했다. 오는 2월 24일까지 리만머핀에서 열리는 ‘원더랜드’ 전에는 유귀미(39), 현남(35), 켄건민(48), 임미애(61) 작가가 참여한다. 전시는 과거 한국을 떠나 해외로 이주한 작가들의 디아스포라적 경험을 포괄하며 보편적인 담론을 형성한다. 특히 4인 작가는 구상과 추상이라는 형식에 매몰되지 않고 새로운 재료를 실험하며 기존의 예술 프레임에 질문을 던진다.
미국계 화랑인 리만머핀 역시 한국 작가로만 구성된 전시를 여는 건 2017년 한국 진출 이후 처음이다.
이어 한남동의 타데우스로팍 서울도 26일부터 한국(계) 작가 6인전을 개최한다. 지난해 큰 인기를 끈 한국계 캐나다 작가 제이디 차를 비롯해 정희민, 한선우 등 한국 혹은 한국계 작가로 구성된 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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