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주택에 침입해 부부를 살해하고 이들의 딸에게 상해를 입혔지만 범행 당시 미성년자였다는 점 때문에 형사책임능력이 쟁점이 됐던 피고인에게 일본 법원이 처음으로 사형을 선고했다. 강한 살의를 바탕으로 한 데다 반성이나 사죄의 태도가 보이지 않고 갱생 가능성도 낮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19일 요미우리신문, NHK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2021년 10월 고후시에서 A씨 부부를 살해하고 집에 불을 지른 혐의로 기소된 엔도 유우키 피고인에게 고후지방재판소가 전날 사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강한 살의를 바탕으로 한 집요하고 잔혹한 범행이었다”며 “반성이나 사죄의 태도가 보이지 않고, 갱생 가능성도 낮아 사형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지난 2021년 사건 당시 고등학생이던 피고인 엔도 유우키는 짝사랑하던 여성 A씨에게 라인 메시지 등으로 고백했으나 거절당하자, 이에 격분해 계획 범죄를 저질렀다.
그는 같은 해 10월 12일 새벽 A씨의 집에 침입해 잠을 자던 여성의 부모를 칼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하고 A씨의 여동생에게도 상처를 입혔다. 이후 가스통 9개를 놓아 집에 불을 질러 전소시켰다. A씨는 무사했지만 평생 씻을 수 없는 충격을 받았다.
감형을 주장하던 피고 측 변호인은 판결에 대해 “우리 측 주장이 인정되지 않아 유감"이라며 "항소할지 피고와 상의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이 일본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특정 소년법 제정 이후 내려진 첫 사형 판결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1997년 ‘사카키바라 사건’(만 14세 남중생이 재미로 초등학생 2명을 살해하고 3명을 상처 입힌 사건으로 당시 법에 따라 소년원 8년 복역후 출소)이 소년법 개정의 첫 계기가 됐다. 일본은 이후 미성년 범죄에 대해 엄벌주의에 입각해 수차례 소년법을 개정해 왔다.
일본에서는 강력 사건이 아니더라도 성인 범죄자의 경우 언론에 이름과 사진을 모자이크 없이 그대로 공표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사카키바라 사건 당시 피고인이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신상 공개는 물론 제대로 된 처벌조차 받지 않자 큰 논란이 일었고 소년법 개정 논의로 까지 이어졌다.
일본의 특정소년법 개정은 18~19세 미성년자이더라도 성인과 동일하게 취급해 엄벌을 도모한 것이다. 개정 이후 미성년 범죄자들의 형기를 성인과 동일하게 맞추는 것은 물론 기소됐을 경우 성명과 주소, 얼굴 사진 등에 대한 보도도 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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