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증시가 대형주를 중심으로 강세를 보이면서 시가총액 10조 엔을 웃도는 대형 종목이 지난해 말 대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도쿄증권거래소 프라임 시장에서 지난해 말 기준 10개사였던 시총 10조엔 상장사는 22일 15개사로 늘었다. 이들 15개사의 시총은 프라임 시장 전체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닌텐도와 히타치제작소, 이토추상사 등이 새롭게 10조엔 클럽에 진입했다.
최근 일본 주식시장은 대형주를 중심으로 한 강세장이 펼쳐지고 있다. 규모가 큰 상위 핵심 종목 30개로 구성된 ‘코어 30’ 구성 종목의 시총이 프라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6%로 2008년 1월 이후 16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뛰었다.
이 같은 현상은 세계 주식시장에서 인공지능(AI) 붐과 반도체 시황 회복 기대를 바탕으로 관련 하이테크주가 주목받은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에서도 대형 기술주 중심의 S&P500 지수가 사상 최고가를 쓰는 등 강세가 이어졌고, 이 같은 훈풍에 힘입어 반도체 관련 상장사인 도쿄 일렉트론과 아드반테스트 등 일본의 관련주가 상승했다. AI 보급과 성능 향상으로 반도체 칩 수요가 늘 것으로 기대됨에 따라 연관 산업으로의 매수도 이어지는 분위기다.
일본 증시의 강세는 외국인들이 주도하고 있다. 도쿄증권거래소가 공표한 1월 둘째 주(9~12일) 투자 부문별 주식 매매 상황에 따르면 해외투자자는 이 기간 9557억엔 순매수했다. 주간 기준으로 봤을 때 때1993년 이후 역대 7번째로 큰 순매수 기록이라는 게 거래소의 설명이다. 외국인에게 있어 일본 주식은 최근 엔저와 맞물려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인식되는 데다 기업들의 거버넌스 개선과 디플레이션 탈출 기대감 등이 더해져 투자 매력이 부각되고 있다. 특히 침체에 빠진 중국 증시를 탈출한 자금이 일본으로 이동하는 움직임도 가속화하는 모양새다. 실제로 상하이증시에서는 최근 일본주식 ETF에 자금이 몰리며 이틀 연속 매매가 일시 정지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은행(BOJ)의 금융정책 전환에 따른 환율 변동은 외국인 매수세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현재 엔화 약세의 최대 요인은 미일 금융정책 차이에서 오는 금리 차에 있지만, 미국은 금리 인하가 예정돼 있고 BOJ도 연내 금융완화로부터의 전환 기대감이 커져 엔고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한편, 닛케이225지수는 전날 종가 기준 3만6546으로 34년만에 최고치를 경신한 가운데 23일도 개장과 함께 매수세가 몰리며 장중 3만6877.41까지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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