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출시 승인 이후 비트코인의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제도권 자산군으로 급부상하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기존 고점인 10만 달러를 찍을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와는 확연히 다른 양상이다. 현물 ETF 중 한 곳인 그레이스케일펀드에서 집중적인 매도세가 이뤄지며 전체 투자심리를 끌어내리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23일(현지 시간) CNBC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4만 달러 선이 무너지며 3만 9000달러대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한때 3만 8000달러대로 떨어지기도 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했던 10일 일시적으로 4만 9048달러까지 치솟았다가 현재는 약 20% 하락했다.
하락을 주도한 것은 그레이스케일 비트코인 트러스트의 집중적인 매도세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19일 이후 현재까지 이 펀드에서 포착된 자금 유출 규모만도 20억 달러에 이른다. 비트코인 현물 ETF 전체로는 자금 유입이 아직 더 많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레이스케일의 유출액이 나머지 펀드의 자금 유입을 넘어서는 분위기다. 블룸버그의 선임 ETF 분석가인 에릭 발추나스는 “22일 하루만 보면 총 8750억 달러의 순유출이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유독 그레이스케일에서 자금이 빠지는 것은 차익 실현 수요 때문이다. 그레이스케일펀드의 경우 약 10년간 신탁 형태로 비트코인을 투자하던 펀드가 ETF로 전환한 경우다. ETF로 전환하기 전 자산은 약 280억 달러였다. 신탁 상품이던 당시에는 투자자들의 환매가 자유롭지 않아 보유 가치를 할인한 금액으로만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었다. WSJ에 따르면 한때 할인율이 50%에 달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ETF 전환을 계기로 매도가 자유로워지면서 저가에 진입했던 기존 투자자들의 차익 실현 수요가 몰렸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물 비트코인 ETF 승인 이후에도 투자자들이 여전히 가상자산의 미래에 대해 불신하는 분위기 역시 비트코인 가격 하락세를 부채질하고 있다. 도이체방크가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해 이날 공개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42%는 비트코인이 몇 년 내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지금과 같은 하락세는 단기적인 추세일 뿐 장기적으로는 안정될 것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자산관리 전문가들이 고객들에게 비트코인을 상품으로 본격 추천하기 시작하면 가격 흐름이 안정될 수 있다는 전망에서다. 디파이낸스ETF의 최고경영자(CEO)인 실비아 야블론스키는 “하락 움직임은 전적으로 예상된 것”이라며 “뉴스를 듣고 팔아치우는 일시적 매도세일 뿐 머지않아 강세 궤도를 되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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