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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의 여왕' 박근혜 오늘 북콘서트…탄핵 후 첫 간담회

5일 대구서 회고록 '어둠을 지나 미래로' 기념

정치적 언급은 자제…어떤 함의 있을지 관심

대구 달서갑 출마 유영하 변호사 측면 지원

尹과 지속적 소통하며 여권에 여전한 존재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해 9월 25일 대구 달성군 현풍시장을 찾아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이 5일 대구에서 자신이 집필한 회고록 북 콘서트를 연다. 박 전 대통령이 이 같은 기자간담회 성격의 자리를 갖는 건 2017년 탄핵 사태로 구속된 후 처음이다. 정치 현안과 관련된 언급은 지양할 것으로 보이지만 총선을 두 달 앞둔 시점에 ‘보수의 심장’에서 행사가 열리는 만큼 여권의 주목도는 크다.

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 '어둠을 지나 미래로' 출간 기념 ‘저자와의 대화’는 이날 오후 2시 대구 수성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다. 회고록에는 그의 1988년 정계 입문을 비롯해 2012년 18대 대선 당선, 2017년 탄핵과 특별 사면, 2022년 3월 대구 달성군 사저로 내려오기까지 과정이 담겼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정치적 메시지보다는 회고록에 대한 이야기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시간 가량 행사 중 질의응답 시간은 10분 정도인데 그마저도 주최 측이 사전에 취합된 질문으로만 진행하겠다고 공지했다. 민감한 정치적 질문을 피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4·10 총선을 앞둔 정치권은 박 전 대통령이 선거의 여왕으로 불렸던 만큼 행사 개최 자체에 정치적 함의가 있다고 본다. 이날 500여명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TK(대구·경북) 현역 국회의원 등 정치권 인사들의 참석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유영하 변호사는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 변호사는 지난달 22일 대구 달서갑 출마를 공식화했다. 박 전 대통령이 북 콘서트를 통해 유 변호사를 측면 지원할 거란 분석이 나온다.

유영하 변호사가 1월 22일 대구 수성구 범어동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제22대 국회의원선거 대구 달서구갑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페이스북


한 여권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은 친박계였던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등과는 교류가 없지만 재작년 유 변호사에게 보여준 애정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2년 6·1 지방선거에서 박 전 대통령은 유 변호사 대구시장 후보 선거후원회 회장을 맡은 바 있다. 이번 총선에서 달서갑에 출마하는 유 변호사는 지역구와 아무런 연고가 없어 박 전 대통령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 대구 달서갑은 여전히 박 전 대통령의 지지세가 강하다. 지난 18대 총선에서 친박연대 소속 박종근 의원이 당선되기도 했다.

북 콘서트는 탄핵 사태에 대한 박 전 대통령의 명예 회복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보수층과 대구·경북에 관한 그의 정치적 영향력은 여전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달 2일 생일을 맞은 박 전 대통령에게 전화로 직접 응원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에 회고록을 내시고, 다음 주 월요일 대구에서 북 콘서트도 여신다고 들었다"면서 "회고록과 북콘서트를 통해 우리 국민들이 대통령님의 진심을 읽고, 재임 중의 좋은 정책과 업적들을 다시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생일을 맞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축하 난을 보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5일 대구를 찾아 박 전 대통령의 북콘서트에 대해 “박 전 대통령 주변에 본인의 영달을 위해 아주 안 좋은 형태로 그분을 활용하는 분들이 있는 것에 누구보다도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박 전 대통령에게 사적인 인연과 빚을 가지고 있는 인사"라며 “박 전 대통령께서 그런 분들에게 휘둘리지 않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29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오찬을 마친 후 반려견과 함께 배웅하고 있다. 사진 제공=대통령실


박 전 대통령은 공식적으로는 “정치 일선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지난해부터 공개 행보를 늘리며 정치적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그는 2021년 12월 특별사면 후 주로 사저에서 머물며 지내왔다. 2022년 5월 24일에는 탄핵 사태로 구속된 지 5년 만에 공개적으로 카메라 앞에 섰다.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서 퇴원해 대구 사저로 이동하면서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께 5년 만에 인사를 드리게 됐다"며 건강 상태에 대해서는 “많이 회복됐다”고 말했다. 이후 지난해 4월 11일 대구 팔공산 동화사를 찾았고, 8월 15일엔 경북 구미에 위치한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했다. 지난해 9월 추석 연휴를 사흘 앞두고는 대구 달성군 현풍시장을 찾는 등 외출이 잦아졌다.

지난해 10월 26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해 윤 대통령을 비롯해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인요한 혁신위원장 등 여권 주요 인사들과 만나기도 했다. 이후 윤 대통령과는 꾸준한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1월 7일에는 윤 대통령이 대구 달성군 박 전 대통령 사저를 예방했고, 12월 29일에는 박 전 대통령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로 초청받아 오찬을 함께했다. 지난해 말 두 사람이 세 번이나 만난 걸 두고 한 여권 관계자는 “4·10 총선을 앞두고 윤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과 영남권 민심을 챙긴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편 전날 발표한 국민의힘 4·10 총선 신청자 명단에 따르면 대구는 44명, 경북은 68명이 신청해 다른 지역권보다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대구는 44명(남자 37명, 여자 7명)이 공천을 공개 신청해 평균 3.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경북은 68명(남자 61명, 여자 7명)이 공천을 신청해 평균 5.2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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