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무죄 선고를 받으면서 삼성그룹의 진단 기능을 맡는 미래전략실의 부활 여부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삼성그룹 안팎에서는 굵직한 인수합병(M&A) 등을 주도면밀하게 진행할 수 있는 강력한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미래전략실은 2010년 이건희 삼성전자 선대 회장이 비자금 특검 이후 경영 일선에 복귀하면서 만든 조직이다. 삼성의 중장기 성장 전략, 각 계열사들의 사업이나 M&A 조율, 감사, 기획, 법무 등 그룹 전체를 아우르는 현안을 조율했다. 각 계열사 사장단과 임원에 대한 인사권까지 쥐고 있어 실질적인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다.
다만 이 조직은 국정농단 사태의 원흉으로 지목돼 2017년 2월 공식 해체됐다. 이 회장과 함께 무죄 선고를 받은 최지성 미래전략실 실장과 장충기 차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고 미래전략실 소속 7개 팀 팀장도 모두 사임했다. 당시 삼성은 미래전략실 해체와 함께 각 계열사를 중심으로 한 자율 경영 체제로 전환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미래전략실의 기능은 삼성전자(사업 지원), 삼성물산(설계·조달·시공), 삼성생명(금융 경쟁력 제고)으로 흩어져 태스크포스(TF)팀 형태로 유지되고 있다.
재계에서는 삼성의 컨트롤타워 부재가 다양한 부작용을 만들고 있다고 주장한다. 주요 의사 결정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각종 돌발 변수에 대한 대응이 늦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미래 사업을 책임질 M&A나 지분 투자 등 중장기 전략을 수립하기가 쉽지 않다. 실제 2017년 미국 하만 인수 이후 삼성의 대형 신사업 M&A를 찾아볼 수 없는 주요 원인이 그룹 전체를 총괄할 중추 조직이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에 따라 사법 족쇄가 풀린 이 회장이 새로운 미래전략실을 세워야 한다는 논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삼성의 ‘워치독’ 역할을 하는 삼성준법감시위원회 3기 위원장을 연임하게 된 이찬희 위원장도 “작은 돛단배에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지만 삼성은 어마어마하게 큰 항공모함”이라며 “개인적 신념으로는 그룹 컨트롤타워 복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