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 동안 사과와 배 먹기는 커녕 구경이나 해보셨을지 모르겠습니다. 성수품인 사과와 배 등 과일가격이 강세를 보이면서 벌어진 일인데요.
1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사과와 배 도매가격(도매시장 내 상회 판매가)은 각각 10㎏에 8만 4660원, 15㎏에 7만 8860원으로 1년 전보다 97.0%, 72.2% 올랐습니다. 사과와 배 가격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가격 중 최소, 최대를 제외한 평균치인 평년 도매가격과 비교해도 각각 89.5%, 51.2% 비싼 형편입니다. 사과, 배 가격은 수확철인 지난해 가을부터 꾸준히 상승했습니다. 이상기후 여파로 봄에 과일 꽃이 제대로 여물지 못해 열매를 제대로 맺지 못했고, 여름철엔 폭염으로 탄저병 등 병충해에 노출됐습니다. 수확 시기에는 태풍 등으로 낙과 피해도 극심해 생산량이 한꺼번에 줄었습니다. 사과 배 생산량은 1년 전과 비교해 각각 39.3%, 26.8%감소했습니다.
봄에 꽃지고 여름엔 폭염…사과 39.3%생산 감소
과일값 고공행진에 정부에서는 물가안정을 위해 사과, 배의 비축 물량을 공급하고 유통사를 통해 할인 행사 지원도 이어갔지만 쉽지 않습니다. 수입산 없이 사과는 국내에서 100%수확해 유통하다 보니 비축량이나 할인 지원에서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보니 국내 사과 가격이 세계 1위 수준에 도달했다는 보도까지 나왔습니다. 국가·도시 비교 통계 사이트 넘베오(NUMBEO)에 따르면 한국의 사과(1㎏ 기준) 가격이 6.79달러(약 9000원)로 3위 미국(5.37달러)이나 6위 일본(4.48달러)을 뛰어넘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쯤되면 사과 수입에 나설 만도 한데 그것도 만만치 않습니다. 정부가 동식물 위생·검역 조치(SPS)에 따라 사과를 수입 금지 품목으로 지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과수화상병이 대표적으로 잎이나 줄기, 꽃, 열매가 마치 불에 타 화상을 입은 것처럼 변하다 결국 고사하는 병인데 한번 걸리면 방제가 불가능합니다. 가격을 낮추려고 사과 수입을 시도했다가 자칫 한반도 사과를 전멸시켜버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형편입니다.
사과·배 가격 상승에 전체 과일 가격 들썩
그렇다고 매년 작황에 따라 사과 공급량이 출렁이며 물가를 자극하는 상황을 그대로 둘 수도 없습니다. 사과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대체 과일로 옮아 감귤과 바나나, 오렌지 가격 등까지 도미노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사과 배 뿐만 아니라 전체 과일값이 들썩인 배경입니다. 정부도 물가안정책의 일환으로 사과 수입을 관련 국가와 논의 중이라고 밝히며 다각적인 노력을 하고 있음을 강조했지만 쉽지 않은 형편입니다.
사과를 수입하려면 ‘접수–착수통보–예비위험평가-개별 병해충 위험 평가-위험관리 방안 평가-검역 요건 초안 작성-입안 예고-고시’ 등 총 8단계의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한반도 풍토와 가장 유사한 일본이 5단계, 통상압력이 강한 미국이 3단계 수준에서 검토를 거듭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병충해가 해소되면 가격이 싼 미국산 사과를 차례상에 올릴 날이 멀지 않았다는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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