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유통업체의 자체 브랜드인 PB(Private Brand) 상품 매출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침체와 고물가 상황에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중시하는 소비자가 늘어난 영향으로 해석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1년간(2022년 4분기~지난해 3분기) 국내 PB 상품 시장 규모가 전년 대비 11.8% 성장했다는 내용의 '유통업체 자체브랜드 상품 매출’ 보고서를 14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닐슨아이큐(NIQ)를 통해 오프라인 소매점 6500곳의 매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PB는 유통업체가 제조업체와 협력해 생산한 뒤 자체 브랜드로 내놓으면서 마케팅·유통 비용을 줄이고 소비자 가격을 낮춘 상품이다. 이마트(139480) 노브랜드, 롯데 온리프라이스, GS25 유어스 등이 대표적인 브랜드다.
PB 상품 시장 성장률은 같은 기간 1.9% 성장에 그친 전체 소비재 시장 성장률보다 6배나 높다. 부문별로 보면 비식품 7.4%, 식품 12.4%로 식품 부문이 전체 시장 성장을 이끌었다.
대한상의는 PB 상품 매출이 오른 것에 대해 소비자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가격에 민감해진 소비자들이 품질 대비 저렴한 PB 상품 구매를 늘리고, 필요하지 않은 비식품 식품 구매는 줄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업태별로는 전체 매출 대비 PB 비중이 가장 큰 오프라인 업태는 대형마트(8.7%)였다. 이어 기업형 슈퍼마켓 5.3%, 편의점 4.1% 순이었다. 연간 PB 매출 증가율은 편의점이 19.3%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 대형마트(10.3%), 기업형 슈퍼마켓(5.7%)이 뒤를 이었다.
특히 유통사 가정간편식(HMR) PB 상품이 인기를 끌면서 대형마트·슈퍼마켓·편의점에서 PB 즉석 국·탕·찌개 매출은 일반 제조사 브랜드를 추월했다. 즉석 국의 경우 적은 편의점에서는 PB 매출 비중이 82.2%에 달했다. 대형마트와 슈퍼마켓에서도 각각 69.1%, 51.9% 등 높은 점유율을 보였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한국 전체 소비재시장에서 PB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4%를 기록했다. 부문별로는 식품과 비식품이 각각 3.9%, 4.6%로 조사됐다.
대한상의는 글로벌 유통업계 평균 자체브랜드 점유율이 21%인 점을 감안하면 국내 자체브랜드 시장은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장근무 대한상의 유통물류진흥원장은 "유럽의 경우 경제 저성장기에 실속소비 패턴이 정착하면서 자체 브랜드 시장이 크게 성장했는데 우리나라도 최근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유통사들은 자체 브랜드 라인업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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