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대 증원 등 의료 개혁을 추진 중인 가운데, 대한의사협회(의협) 산하 전국 시도의사회가 15일 동시다발 집회를 열며 반발에 나섰다. 대통령실 앞에서 집회를 개최한 서울시의사회는 “의대 정원 확대와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서울시의사회는 15일 오후 7시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정부의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을 저지하기 위한 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집회에는 서울시의사회·의협 대표자 외에도 개업의·전공의·의대생 등 500여 명(주최측 추산)에 달하는 의사들이 참여해 한 목소리로 “준비 안 된 의대 증원, 의학 교육 훼손된다. 일방적인 정책 추진, 국민 건강 위협한다”는 구호를 외쳤다.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명하 서울시의사회 회장은 “오늘 저는 참담한 심정으로 정부의 일방적이고 독선적인 필수의료패키지와 대규모 의대정원 발표를 강력 저지하기 위해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힌다”면서 “대규모 의대 정원 증원과 필수 의료 정책 패키지를 원점부터 재논의하고 책임자를 문책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의협 조직위원장으로서 오는 17일 의협 비대위 1차 회의에서도 전국적인 단일대오를 이루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또한 단체행동에 나선 의사들을 위한 시의사회·의협 차원에서 법률지원팀을 별도로 구성했다고 밝혔다.
집회에서 사직서를 제출한 한 전공의가 마이크를 들고 의료 정책 전면 백지화를 호소하기도 했다. 중소병원에서 일하고 있다고 밝힌 전공의는 “더 이상 수련에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 바로 병원을 나왔다”면서 “앞으로 무엇을 하고 살지도 모르겠지만 정책이 실행되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도 집회에 참여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 위원장은 “정부는 28차례에 걸친 의료현안협의체 중에서 단 한번도 2000명 증원 이야기를 한 적 없다”면서 “10~15년 뒤 의료공백이 발생할지 모르니 의료 인력을 지금 당장 고쳐달라고 했는데, 썩은 당근을 내놨다”고 주장했다.
서울시의사회는 당초 경찰에 100명 집회 참가 예정으로 신고했지만, 실제로는 수백 명의 인원이 참가하며 의사 내부의 거센 반발 기류를 드러냈다. 이날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이 의대 단체행동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고 밝힌 가운데, 서울 시내 9개 의과대학 대표와 학생들도 집회에 참여했다.
의사단체 소속이 아닌 의사들도 함께 집회로 나섰다. 은평구에 거주하는 한 개원의는 “정부가 의사를 졸로 본다는 생각이 든다. 협상은 없고 국민 여론에만 편승해서 정책을 추진하는 게 불쾌하다”면서 “300~400명 정도 증원을 생각했는데 2000명 증원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20대 의사는 “의대 증원 효과가 벌써 나타나고 있다. SKY 등 유명 대학 입학 취소를 많이 했다고 한다”면서 “이공계 전체의 문제로도 확산될 수 있으니 협의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의사들은 대통령실을 향해 “무분별한 의대 증원 아웃”이라고 소리치며 휴대폰 손전등을 비추는 퍼포먼스를 끝으로 집회를 마무리했다.
한편 이날 오후에는 대전시의사회·울산시의사회·충북도의사회·전북도의사회·강원도의사회·광주전남의사회·경북도의사회·경남도의사회·제주도의사회·충남도의사회가 각 지역에서 집회를 열었다. 각 시도의사회는 오는 17일 서울에 모여 대응 방침을 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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