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검사 받는 데는 큰 문제 없었지만…수술 날짜가 잡힌 사람은 더 걱정이지 않을까요?"
서울 ‘빅5(삼성서울병원·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서울성모병원·세브란스병원)’병원에서 근무하는 전공의들이 잇달아 사직서를 제출하고 근무 중단에 나선 가운데 ‘의료 공백’에 대한 환자들의 걱정이 짙어지고 있다. 파업 당일 내원이 가능했더라도 추후 안정적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전공의 집단 사직’ 첫날인 20일 방문한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은 파업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병원을 찾은 환자들은 자리에 앉아 차분하게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난달 심혈관 수술을 받은 후 경과를 살펴보러 왔다는 김 모(76) 씨는 “파업 탓에 예약 날짜가 변경되거나 진료가 미뤄지진 않을까 걱정했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면서 대기 시간도 평소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다만 신장 질환으로 정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하는 B씨는 “지금 당장 문제는 없어 보인다”면서도 “앞으로가 걱정”이라고 근심을 표했다.그는 “기껏 경북에서 서울까지 올라왔다가 진료를 받지 못할까봐 걱정했지만 다행히 예정대로 진료를 받았다"면서도 “나중에 상태가 갑자기 악화해 수술받아야아야 하는 상황이 올까 봐 두렵다”라며 향후 의료 공백이 미칠 여파를 우려했다.
안과 진료를 받기 위해 온 C씨도 “오늘보다는 이후가 문제”라며 향후 진료 일정이 빈번히 변경될 가능성을 염려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아침 일찍 인천에서 출발했다는 C씨는 “이 병원에 오는 환자 중 대다수가 나처럼 먼 거리에서 온 사람들"이라며 “이번 파업으로 진료가 미뤄지면 언제 또 날을 잡을 수 있을지 모른다”고 푸념했다.
서울성모병원의 경우 전공의 사직으로 직격탄을 맞은 응급 병동에서도 큰 혼란은 발생하지 않았다. 이날 오후 12시 경 팔이 부러져 구급차를 타고 응급실에 실려 온 50대 후반 여성 김 모 씨는 도착한 지 약 30분 만에 치료를 받는 모습이었다. 앞서 이날 오전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는 의사단행동에 대비한 비상진료체계를 점검하고 각 의료기관에서 유연한 인력관리 등을 통해 필수진료 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정책 지원을 하기로 한 바 있다. 권역·전문응급의료센터 등의 응급의료 행위, 응급의료 전문의 진찰료 수가(酬價) 등도 한시적으로 100% 인상했으며 '입원환자 비상진료 정책지원금'도 신설해 전공의를 대신해 입원 환자를 진료하는 전문의에게 추가로 보상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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