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청에는 이성헌 구청장을 비롯한 구청 직원들의 특별한 보살핌을 받는 대상이 있다. 바로 ‘행복이’ ‘행순이’라는 이름의 강아지 2마리다.
남매인 행복이와 행순이는 올 1월 14일 홍은동 백련산 자락의 수로에서 구조됐다. 당시 주민 신고로 수로에서 발견된 후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로 넘겨진 강아지들은 20일 안에 주인이나 입양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안락사에 처할 운명이었다. 이 소식을 들은 이 구청장이 직원들에게 “그 강아지들을 우리가 데려오자”고 했고 이때부터 행순이와 행복이의 운명도 바뀌었다. 이 구청장은 강아지들을 위해 구청장실 옆 사무실에 집도 마련해줬다.
행복이·행순이 입양에 앞장섰던 이 구청장은 22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강아지들을 처음 데려왔을 때 깡마른 모습에 사람을 매우 경계했었다”며 “안락사 위기에 처한 강아지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냥 있을 수만은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 구청장의 반려견 사랑은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다. 현재 집에서 진돗개 5마리, 치와와 1마리 등 6마리의 개를 키우고 있고 한국애견협회 부회장을 20년째 맡고 있다. 개를 6마리나 키우다 보니 해외여행을 못 간 지는 10년이 됐고 지난 설 연휴 때는 행복이와 행순이 밥을 주고 산책시키기 위해 홀로 구청에 출근할 정도였다.
서대문구에서 반려견을 키우는 가정이 늘고 있어 이 구청장은 반려견 가정을 위한 구정 운영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그는 “현재 우리나라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1500만 명에 육박하고 서대문구에 등록된 반려견은 1만 9000여 마리, 견주는 1만 4000여 명”이라며 “이제 우리 삶에서 반려동물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달 5일부터 반려동물 위탁 돌봄 서비스인 ‘우리동네 펫위탁소’를 무료로 운영하기 시작했고 취약 계층이 양육하는 반려동물의 필수 의료 검진을 지원하기 위한 ‘우리동네 동물병원’ 제도도 실시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반려견 양육 가구 방문 및 동물 행동 교정을 지도해주는 ‘찾아가는 우리동네 동물훈련사’,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한 ‘어린이 동물보호교실’ 등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구민들이 많이 찾는 안산에 반려견 놀이터와 산책길을 조성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최근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개식용금지법)’이 국회를 통과한 것과 관련해 이 구청장은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관련 업종 종사자들의 생업에 대한 걱정을 했다.
이 구청장은 “과거 우리나라가 못살았던 시절에는 고기가 부족해 개도 먹었는데 이제 개는 가축이 아닌 반려동물”이라며 “개식용금지법이 국회를 통과했으니 반려동물은 먹으면 안 된다는 인식과 문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식용을 하지 않는 문화는 크게 환영하지만 가장 걱정되는 것은 식용견 사육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의 생계 문제”라면서 “이들이 업종 변경을 원활히 할 수 있게 정부의 다각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식용견으로 키웠던 개들도 좋은 주인을 만날 수 있도록 해 그 개들이 불행하게 삶을 마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구청장은 올바른 반려문화 자리 잡기 못지않게 구민 안전과 반려견 위생을 챙기는 데도 주력할 방침이다.
그는 “반려견 산책로를 따로 만든 이유 중 하나는 개를 키우지 않거나 좋아하지 않는 구민들이 개 때문에 산책을 방해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며 “또 반려동물을 키우는 구민과 안 키우는 구민들이 갈등을 겪지 않는 방안의 하나로 지역 곳곳에 반려동물 배변 처리 시설도 확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의 경우 젊은 층 1인 가정에서도 개를 많이 키우는데 반려동물은 사람에게 많은 정신적 위안을 준다”며 “서대문구에서 1인 가정도 반려견을 키울 수 있는 좋은 환경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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