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혼 관계인 동성 커플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다투는 행정소송이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단을 받는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소성욱 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보험료 부과 처분 취소 소송을 이달 21일 전원합의체에 올려 논의할 예정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대법원장이 재판장이 되고 대법관 전원의 3분의 2 이상으로 구성된 재판부다. 국민적 관심도가 높은 사건, 기존 판례를 변경할 필요성이 있는 사건 등을 다룬다.
소 씨는 동성 반려자 김용민 씨와 2019년 결혼식을 올리고 이듬해 2월 건강보험 직장 가입자인 배우자 김 씨의 피부양자로 등록됐다. 하지만 그해 10월 건보공단은 ‘피부양자 인정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보험료를 내라는 처분을 내렸다.
이에 소 씨는 “실질적 혼인 관계인데도 동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부인하는 것은 피부양자 제도의 목적에 어긋난다”며 행정소송을 냈다.
1심은 소 씨의 청구를 기각했으나 서울고법은 작년 2월 건보공단의 보험료 부과 처분이 잘못됐다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당시 법원은 소 씨와 김 씨가 2017년부터 동거했고 2019년에 결혼식을 올리는 등 ‘사실혼 부부’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공단이 행정 처분을 할 때 동성 커플을 배제한 것은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이므로 취소해야 한다고 봤다.
공단이 2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하면서 사건은 작년 3월 대법원으로 넘어왔다. 대법원 2부는 1년 가까이 사건을 심리했으나 판결을 내리지 못하고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
이외에도 바닥 면적 합계가 일정 수준 이하인 소규모 공중이용시설에 지체장애인을 위한 편의제공 의무를 면제해주는 시행령이 차별에 해당한다고 낸 소송 등도 새롭게 논의된다.
지난해 12월 조희대 대법원장 취임 이후 대법관이 모두 참여하는 전합 심리는 처음이다. 1·2월 두 차례 전합 심리가 있었지만 안철상·민유숙 대법관이 퇴임한 상태였다. 지난 4일 엄상필·신숙희 대법관이 취임하면서 대법관 정원이 모두 채워졌다. 엄 대법관과 신 대법관의 합류로 전합 구성은 ‘중도·보수’ 대 ‘진보’가 ‘8대5’로 재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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