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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 버린 쓰레기 무게 재봤습니다

/사진=지구용




'쓰레기 처리장'하면 용사님은 어떤 풍경이 떠오르세요? 황량한 외곽 지역에 산처럼 쌓인 쓰레기 더미 하지만 진짜 쓰레기 처리는 우리가 사는 도심 한 가운데서도 이뤄져요. 당장 서울시는 마포구에 하루 1000t 규모의 생활 폐기물을 소각하는 자원회수시설을 지을 계획이라고 하는데요. “쓰레기 줄일테니 소각 시설 짓지마!” 라고 하는 흥미로운 캠페인이 열리더라고요. 바로 서울 환경연합의 '100투더퓨처 : 쓰레기 100g 줄여서 미래로 가자' 캠페인인데요. 서울 시민들이 각자 쓰레기를 하루 100g씩 줄여서 소각장이 필요 없게 만들자는 발상. 이 재밌는 캠페인에 에디터도 동참했어요. 과연 2주간 에디터가 배출한 쓰레기 무게는 얼마인지, 쓰레기를 얼마나 줄였는지 확인해보시죠.

쓰레기 배출량 0g을 꿈꿨는데 실제 배출량은…


서울환경연합의 ‘100투더퓨처 : 100g 줄여서 미래로 가자’는 지난 4월 17일부터 28일까지 2주간 진행됐는데요. 날마다 배출한 쓰레기(일반쓰레기, 재활용 포함) 무게를 재서 공유하되 하루 배출 880g(서울 시민의 하루 쓰레기 배출량 980g에서 100g을 뺀 값) 넘지 않는 게 미션이었어요. 과연 에디터는 880g의 상한선을 지켰을까요? 질질 끌지 않고 바로 공개하겠습니다.



우선 배출하는 쓰레기를 한톨도 남김없이 기록하지는 못했음을 양심 고백합니다! 귀찮고 피곤해서 제대로 적지 않은 날도... 있었는데요. 그래도, 저의 쓰레기 습관의 대강을 점검할 수는 있는 결과물이 나왔습니다. 이번 실험에서 스스로 칭찬하고 싶은 부분은 단연 쓰레기 배출량이 단 하루도 880g을 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평균 배출량 270.8g으로 나름 준수하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적게 배출한 날은 단 8.7g만 버리기도 했습니다. 아쉬운 점은 후반부로 갈수록 쓰레기가 줄기는 커녕 오히려 늘어갔다는 점. 사실 며칠 해보니 쓰레기 배출량이 생각보다 많지 않아서 마음을 놓은(?) 것도 있고 후반부에 장을 보거나 온라인 쇼핑을 많이 한 것도 영향을 미쳤는데요. 이번 실험에 참여한 다른 참가자들은 어땠는지 살펴볼까요?

/출처=서울환경연합


참여자분들이 매일 기록해주신 223번의 쓰레기 무게 기록 중 880g을 넘은 것은 15번 밖에 없었다고! 즉 93.2%(208번)가 100g을 줄인 것에 성공했한거죠! 참여자 한 사람 당 하루에 배출한 쓰레기 무게의 평균값은 359g으로 서울시민 하루 쓰레기 평균 배출량이 980g의 약 3분의 1에 불과한 수치였습니다. 자, 그럼 구체적으로 에디터와 참가자들이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고,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뭔지 얘기해볼게요.

쓰레기 다이어트에는 왕도가 없습니다


평소에도 에코백과 텀블러를 챙기고 다녔지만 더 적극적으로 사용하려고 노력한 2주였어요. 용사님, 편의점 커피도 텀블러 할인이 된다는 거 아셨어요? (할인 여부와 할인률은 편의점 브랜드별, 매장별로 다름) 저는 이번에 처음 알았어요! 토요일 운동할 때마다 들러서 커피를 사가는 편의점에서 텀블러를 내밀었더니 평소보다 200원이 더 저렴하더라고요. 이렇게 매주 나오던 일회용 종이컵을 하나 줄였어요. 2주의 실험 기간 손수건도 열심히 챙겼어요. 손수건이 있으면 한 장에 약 2g인 핸드타월을 줄일 수 있거든요. 티슈보다 훨씬 물이 잘 닦이고 폭닥한 촉감도 기분 좋더라고요. 식당에서 주는 냅킨, 특히 물티슈는 사용하지 않으려 노력했어요. 다른 참가자들은 △텀블러 이용하기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기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은 받지 않는 것 △장바구니와 다회용기를 휴대하기 △택배와 배달 같은 포장재가 많이 나오는 소비를 선택하지 않기 등을 실천했다고 답했어요. 사실 우리 용사님들도 다 아는 내용일 거에요. 쓰레기 줄이기에 지름길 같은 건 없더라고요. 중요한 건 ‘얼마나 꾸준히 실천하는가’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개별 포장의 역습




/사진=지구용


하지만 나 하나 노력한다고 안되는 것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서비스’로 제공되는 각종 일회용품들이 대표적입니다.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이 금지됐지만, 아직 계도 기간이라 일회용품을 주는 가게가 많았어요. 매장을 이용해도 일회용 컵에 커피를 제공하는 카페, 물잔 대신 플라스틱병에 담긴 물을 내놓는 식당 등등. 사장님 혼자서 운영하는 작은 곳이면 그래도 이해하겠는데, 상당히 규모가 큰 곳들이어서 더 아쉬웠습니다. 시장에서 장을 보면 마트보다는 비닐이 덜 나온다고는 하지만 요즘엔 시장에서도 이미 비닐 포장이 된 채 판매되는 채소나 과일이 많더라고요. 택배 배송을 시키면 제품보다 비닐 완충재 부피가 큰 경우도 흔합니다.

또 한 가지 줄이기 어려웠던 것은 포장 안에 또 포장이 된 ‘개별 포장’이었습니다. 출근하자마자 마시는 인스턴트 커피의 비닐 봉지(0.5g)가 매일 하나씩 나오고요, 약·영양제 봉지(3.7g)도 날마다 나오는 쓰레기. 오후 4시쯤 되면 습관적으로 손이 가는 과자도 하나 뜯을 때마다 비닐이 나옵니다. 이렇듯 매일 나오는 쓰레기의 상당량이 '개별 포장'이었어요. 인스턴트 커피도 병에 담겨 나오는 제품이 있고, 해외에선 지금도 개별 포장 없이 판매하는 과자가 많잖아요. 우리나라 기업들도 비닐 포장을 줄인 제품을 내놓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더라고요. 제품이 바뀔 때까지는 합포장, 대용량 등 정기적으로 사용하는 제품은 개별 포장이 없는 버전을 선택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다른 참가자들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었다고 답했습니다. 줄이기 어려웠던 쓰레기로 '포장재'를 51번이나 언급했다고. 서울환경연합 박정음 활동가님은 "쓰레기 감량이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제품 생산과정에서의 포장재 감축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고 평했습니다.

사실 쓰레기 무게까지 재서 기록하기란 쉽지 않은 일인데요. 저는 그냥 내가 버리는 쓰레기 리스트만 적어봐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분명 반복적으로 나오는 쓰레기가 있고, 그러면 해결할 수 있는 방법도 찾을 수 있거든요. 또 뭐가 개인의 노력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이고, 기업이나 사회가 움직여야 바꿀 수 있는지도 구분할 수 있고요. 서울환경연합에서도 조만간 100투더퓨처 시즌2를 운영한다고 하니 관심있는 분들은 한 번 신청해보시기 바랍니다. 공지 뜨면 지구용 레터에서도 바로 전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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