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말, 콜로라도 덴버에서 10일간 개최된 이드덴버(ETHDenver) 2024에 다녀왔습니다. 건조하지만 화창한 날씨 속에서 열린 이번 이드덴버는 약 2만명이 참가했습니다. 이드덴버는 개발자뿐 아니라 투자자, 마케터, 리서처, 커뮤니티 멤버, 대체불가토큰(NFT) 애호가 등 다양한 생태계 참여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최신 트렌드를 공유하고 빌딩하며 협업의 기회를 모색하는 장입니다. 원래 이더리움 개발자 컨퍼런스로 출발한 이 행사는 해를 거듭할수록 성장하며 이제 세계 최대 규모의 블록체인 행사이자 블록체인 생태계 전반을 아우르는 축제로 그 외연을 넓혔습니다.
비트코인 생태계의 폭발력과 모듈러 기술의 약진
특히 눈에 띄었던 점은 아이러니하게도 비트코인 생태계의 폭발적인 성장이었습니다. 이더리움 중심의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 관련 이벤트가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오디널스 프로토콜의 출현으로 촉발된 비트코인 레이어2의 부상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작년에 비트코인 관련 행사가 거의 전무했던 것과 크게 대비되었죠. 비트코인 뿐만 아니라 니어, 솔라나, 폴카닷, 세이, 모나드 등의 다양한 프로젝트들의 세션을 볼 수 있어 이더리움만을 위한 것이 아닌 진정한 블록체인 생태계 모두의 축제로 변화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모듈러 기술의 약진도 돋보였습니다. 실행체인의 분리, 데이터 가용성 솔루션의 발전 등 모듈러 아키텍처를 통한 블록체인 확장성 문제 해결이 업계의 뜨거운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그 외에도 탈중앙화 물리 인프라 네트워크(DePIN), 인공지능(AI), 영지식증명(ZKP) 등 블록체인과 연계된 혁신 기술들도 이드덴버의 주된 화제였습니다. 다양한 DePIN 프로젝트들이 주목받았으며, 블록체인과 AI의 결합을 통한 새로운 가능성이 모색되었습니다. ZKP 기술도 프라이버시 보호와 확장성 향상을 위한 핵심 요소로 자리매김하며 매우 많은 프로젝트들이 이를 활용한 솔루션을 선보였습니다.
무엇보다 가격이 아닌 기술과 비전을 중심으로 한 건전한 토론이 활발한 모습에 블록체인에 대한 확신은 더욱 강해졌습니다. 시장의 단기적 등락보다는 블록체인 기술의 장기적 발전 방향과 현실 문제 해결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졌고 개발자, 연구자, 기업가들이 서로의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협력의 기회를 모색하는 모습에서 업계의 성숙한 면모를 엿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이번 참관기에서는 이드덴 2024에서 직접 보고 느낀 변화와 트렌드를 전달해 보고자 합니다. 이드덴버는 이제 단순한 이더리움 개발자들의 컨퍼런스를 넘어, 블록체인 생태계의 현주소와 미래 비전을 조망할 수 있는 종합 축제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업계의 흐름을 반영하는 동시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는 이드덴버에 참여하며 느낀 점과 트렌드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메인 이벤트 409개, 핫토픽은 ‘개발’과 ‘이더리움’
올해 이드덴버에서는 총 433개의 메인 이벤트가 진행됐습니다. 이 중 요가나 강아지와의 명상, DJ 세션 등 체험 위주인 'Experience' 카테고리의 24개 이벤트를 제외한 409개의 발표, 토론, 교육 중심의 메인 이벤트를 GPT-4 모델을 활용해 카테고리화했습니다.
분석 결과, 개발(Development)과 이더리움(Ethereum) 관련 세션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이드덴버가 다양한 체인과 여러 종류의 이벤트를 품고 있는 행사로 성장하는 와중에도 여전히 개발자 중심의 컨퍼런스라는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동시에 확장성(Scalability), 탈중앙화금융(DeFi), 거버넌스(Governance), 보안(Security) 등 다양한 주제도 상위권에 올라 있었습니다. 블록체인 기술의 실용화와 대중화를 위한 업계의 노력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위 차트에서 총 이벤트 수가 409개를 초과하는 이유는 하나의 이벤트가 여러 카테고리에 중복 포함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프라이버시를 위한 ZKP 활용' 세션이 프라이버시와 ZK 카테고리에 동시에 속하는 경우가 그 예입니다.
<메인이벤트의 주요 주제에 대한 이야기는 2편에서 이어집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