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화 가치가 약 34년 만에 최저점을 찍었다. 이에 급격한 엔저 현상에 긴장감이 높아진 일본의 관계 당국자들이 긴급 회의를 가진 가운데 최근 환율 동향이 비정상적이라고 보고 시장 개입 의사 가능성을 시사하고 나서는 분위기다.
27일 로이터통신,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께 일본 재무성, 일본은행, 금융청 관계자들이 참가하는 긴급 회의를 열었다. 외환 시장 동향을 논의한 이날 회의에는 간다 마사토 재무성 재무관, 구리다 데라히사 금융청 장관, 시미즈 도키코 일본은행 이사가 참석했다. 회의는 약 20분간 진행됐으며 환율의 급격한 변동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인식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진다. 재무성, 금융청, 일본은행 등 주요 3개 기관 관계자가 모이는 이른바 ‘3자회의’는 2023년 5월 이후 처음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이날 긴급 회의가 열린 건 엔화를 둘러싼 움직임이 불안정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최근 엔저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데 이날은 엔·달러 환율이 151.97엔까지 치솟았다. 이는 1990년 7월 이후 약 34년 만에 최고치로 이른바 ‘거품(버블) 경제’로 불리던 수준까지 엔화 가치가 떨어진 것이다.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탈피 선언에도 엔화 하락이 심해지자 일본 당국의 긴장감이 높아진 셈이다.
이 같은 엔화 가치 하락은 정상적이지 않다고 일본 당국은 판단한다. 즉 투기적 성격이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이날 회의 후에도 간다 재무관은 “최근 엔저는 도저히 경제의 펀더먼탈에 따른 것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며 “투기적인 움직임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장 개입 가능성도 시사했다. 간다 재무관은 “지나친 움직임에는 어떤 수단을 배제하지 않고 적절한 대응을 취한다”면서 “정부 일은은 긴밀하게 협의해 대응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했다. 엔화 매입을 통한 시장 개입인지를 묻는 질문에 그는 “모든 수단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당국의 움직임에 엔화는 반등하는 양상이다. 엔·달러 환율은 이날 오후 9시께는 151엔 초반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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