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와 경기 침체 속에서 은행 대출금의 이자조차 내지 못하는 ‘깡통 대출’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지역 기업과 소상공인·자영업자가 주요 고객인 지방은행이 직격탄을 맞았다. 지방은행들이 적극적으로 나섰던 ‘포용 금융’ 성격의 정책 대출도 건전성 지표 악화의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부산·경남·대구·전북·광주·제주 등 6개 지방은행의 지난해 말 무수익여신 잔액은 8638억 원으로 전년(6796억 원) 대비 27% 급증했다. 같은 기간 총여신에서 무수익여신이 차지하는 비율도 0.38%에서 0.52%로 0.14%포인트 높아졌다.
무수익여신은 은행이 원금은 물론이고 이자조차 받지 못하고 있어 사실상 돌려받기 어려운 대출을 말한다. 고정이하여신보다 더 악성으로 취급된다.
지방은행의 무수익여신 증가세는 대출 취급 규모가 훨씬 큰 시중은행들 보다 크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무수익여신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2조 7526억 원으로 전년 대비 21%(4755억 원) 늘었다.
지방은행의 타격이 유독 컸던 것은 고금리·고물가 및 경기 침체의 악영향이 지역 중소기업들에 더 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방은행의 기업대출 중 중소기업 비중은 평균 90%로 4대 시중은행 평균(78%)을 크게 웃돈다.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해 지방법원에 접수된 법인 파산 건수는 총 554건으로 2022년(308건)과 비교해 80%나 증가했다.
일부 지방은행들의 경우 햇살론·사잇돌 대출 등 서민금융 정책대출 규모를 빠르게 늘리는 과정에서 무수익여신이 늘었다. 최저신용자를 지원하는 상품인 햇살론 대출과 최저신용자 특례 보증의 경우 전북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20.9%, 43.1%에 달해 다른 금융권에 비해 월등히 높다.
지방은행들은 부실채권을 대규모로 상·매각하며 부실채권 비중 상승을 방어하고 있다. 보유 자산을 줄여 연체율을 낮추기 위해서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무수익여신이 급증하며 은행의 자산 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졌다”며 “부실채권 정리를 비롯해 대손충당금을 늘려 위험관리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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