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투자자들이 4월 한 달간 고위험·고수익의 미국 비트코인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을 1100억 원 넘게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긴축이 지속되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하고 있음에도 개미 투자자들이 다시 한 번 비트코인 가격 상승에 베팅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통화정책 등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대표적인 위험자산인 비트코인 투자에 신중하게 접근할 것을 조언하고 있다.
3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은 올 4월(결제일 기준) 비트코인 선·현물 레버리지 ETF 상품 8160만 달러어치(약 1125억 원)를 순매수했다. 현물 비트코인 가격을 2배로 추종하는 ‘프로셰어즈 울트라 비트코인 ETF’와 수익이 비트코인 선물지수에 2배로 연동되는 ‘2X 비트코인 스트래티지 ETF’를 각각 701억 원어치, 424억 원어치 사들였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이날 비트코인은 올 고점 대비 13.48% 하락한 9009만 원(오후 3시 기준)에 거래되고 있다. 29일을 제외하고 23일부터 7일 연속 가격이 떨어졌다. 공급 물량이 줄어드는 반감기와 홍콩 현물 ETF 거래 개시에도 중동 리스크와 함께 미국 금리 인하 가능성이 옅어지면서 조정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미국의 3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시장 예상치를 상회해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더 줄어든 것도 약세를 부추겼다.
비트코인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당분간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진단이 조금 우세한 편이다. 글로벌 가상자산 분석 업체 K33의 보고서에 따르면 파산한 일본의 가상자산 거래소 마운트곡스의 채권 상환으로 13조 원 규모의 비트코인이 이르면 5월부터 시장에 쏟아지기 시작한다. 미국 예탁결제원(DTCC)이 비트코인 또는 암호화폐를 보유한 ETF에 담보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도 악재로 꼽힌다. 임민호 신영증권 연구원은 “가산자산 시장에 대한 비우호적 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짚었다.
하지만 아직 가격을 속단하기는 이르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유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비트코인은 평균적으로 반감기 발생 64일 후에 상승장을 시작한다”며 섣부른 예측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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