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지난달 300여기의 미사일과 자폭 드론(무인기)으로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한 가운데 이번 사건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는 자국 무기의 성능을 가늠할 더할 나위 없는 기회였을 것이란 외신 분석이 제기됐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현지시간)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공격, 김정은에게 ‘서방 방어 체계를 시험해 보는 사례(a test case of western defenses)’를 제공하다' 제하의 기사에서 이 같이 보도했다.
최근 수년간 이란과 북한이 군사협력을 지속 중이라는 정황이 드러난 바 없지만 지난달 23일 북한 정부 대표단이 이란을 방문하면서 두 나라가 '친러'를 축으로 군사협력을 다시 심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 상황이라고 WSJ은 짚었다.
이란은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부터 북한과 무기를 거래한 이력이 있다. 또한 이란의 주력 중거리 탄도미사일인 '샤하브3'는 북한의 노동 미사일을 바탕으로 개발된 것으로 평가된다.
매체는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은) 일본이나 한국을 공격할 경우 (북한제) 무기가 어느 정도 성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한 북한 측의 이해를 증진시켰을 것"이라고 했다.
“김정일, 한일 공격에 대한 사전 통지 가능성 적어”
앞서 이란은 지난달 13일 밤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이스라엘 본토에 170여기의 드론과 30여기의 순항 미사일, 120여기의 탄도미사일을 퍼부었다. 이스라엘은 다층방공망을 가동하고 미국 등 우방의 도움을 받아 이란이 쏘아올린 미사일과 드론의 99%가량을 격추했다.
하지만 이스라엘과 1000㎞ 이상 떨어진 이란과 달리 한국은 북한과 국경이 맞닿아 있고 수도인 서울에서 휴전선까지의 거리는 수십㎞에 불과하다. 국토 면적이 이스라엘(2만2072㎢)의 5배에 가깝다는 점도 방어에는 불리한 여건으로 꼽힌다.
WSJ은 공격전 열흘 넘게 이스라엘에 방어체계를 갖출 시간을 줬던 이란과 달리 "김 위원장은 단 몇 분이면 (미사일이) 도달할 거리에 있는 한국이나 일본에 대한 잠재적 공격에 대해 그런 사전 통지를 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라고 전했다.
미국 싱크탱크 랜드 연구소 소속 안보전문가 데릭 그로스먼은 "이스라엘의 사례는 원칙적으로 예외로 봐야 한다"면서 "날아오는 총알을 다른 총알로 쏘아 맞추는 건 극도로 어려운 일"이라고 밝혔다.
“한미일, 미사일·드론 혼용 공습땐 절반도 격추 못할것”
WSJ은 지금 당장 북한이 이란식의 미사일과 드론을 혼용한 공습을 가해 온다면 한국과 미국, 일본 등은 이중 절반도 격추하지 못할 수 있다는 방종관 예비역 육군 소장의 발언을 소개하기도 했다.
북한이 얻었을 또다른 교훈은 상대방의 대공 방어 체계를 먼저 노려야 한다는 것일 수 있다고 미 육군 특수작전부대 대령 출신의 안보 전문가 데이비드 맥스웰은 분석했다.
의도적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란은 이스라엘에 대한 첫 공격에서 이스라엘 대공 방어 체계에 공격을 집중하지 않았고 그 결과 사용한 미사일의 숫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성과를 내는데 그쳤다고 맥스웰은 지적했다. 그는 "모든 공습의 주요 원칙은 적의 대공 방어를 제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랜트 뉴셤 일본전략연구포럼(JFSS) 선임 연구원은 이스라엘과 달리 한국과 일본은 미사일 일제 사격에 대응한 경험이 많지 않다면서 "북한의 예고 없는 미사일 공격에 대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WSJ에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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