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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한국 기업의 위기극복 DNA

이인호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





연초부터 회복세가 두드러졌던 우리 수출에 걱정거리가 생겼다. 4월 이스라엘과 이란 갈등이 격화하며 중동 리스크가 큰 변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필자는 지난달 내내 두 국가의 대응을 다룬 외신을 꼼꼼히 살피며 우리 수출에 미치는 여파는 없는지 수출 관련 동향을 점검했다.

환율과 유가가 급등했고 중동 전역으로의 전쟁 확산과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현실화되면 우리 수출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는 전망도 쏟아졌다. 온 무역 업계가 긴장했지만 다행스럽게도 양국 간 갈등은 더 이상 크게 고조되지 않았다. 아직까지 우리 기업에 직접적으로 미친 심각한 피해 사례도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수출 의존도가 40%에 달하고 에너지를 전량 수입에 기대야 하는 한국 경제에 중동 리스크가 큰 불안 요인임에 틀림없다. 환율과 유가 오름세는 제조원가와 소비자물가 상승을 불러 소비 위축과 내수 부진을 심화시킨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수입액 증가로 이어져 무역수지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 달러 강세 속 미국을 제외한 여타 국의 통화 동반 약세는 수입 수요를 줄이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우리 수출 개선도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필요 이상의 상상력과 위기론은 경계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과 이란의 확전 가능성을 낮게 평가하는 분위기다. 이는 양국의 한껏 절제된 대응은 물론 최근의 유가와 환율 흐름에서도 엿볼 수 있다. 두바이유는 4월 중순까지 배럴당 90달러를 넘나들다가 19일 이스라엘의 재반격 직후에는 오히려 소폭 내렸다. 원·달러 환율도 최고점 대비 하락해 숨 고르기를 하는 모양새다. 현재까지의 판세로 볼 때 일단 우리 무역 업계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한 셈이다. 연초와 대비해 여전히 높은 수준의 유가는 무역수지에 부담을 줄 수 있지만 최근의 환율 상승 효과가 이를 어느 정도 상쇄할 것으로 보인다.



4월까지 우리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9.7% 증가해 여타 국 대비 견조한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정부 목표인 수출 7000억 달러를 달성하기 위한 증가율 10.8%에 근접한 숫자다. 하반기에는 글로벌 정보기술(IT) 경기 회복에 힘입어 반도체 등 IT 수출이 더 빠르게 성장하고 자동차·선박·바이오헬스 등도 선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인공지능(AI) 산업의 급속한 확장은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에서 독보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우리 기업에 호재다.

중동 리스크, 미중 갈등, 미국의 금리 인하 시기 불투명 등 여전히 대내외 불안 요인이 산적하다. 그러나 필자가 기억하는 한 위기가 아니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오히려 도전적 상황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우리 기업들은 위기 대응의 DNA를 키웠고 성장의 기반을 마련하는 기회도 됐다. 올해도 파도는 거셀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를 넘을 수 있는 내공도 우리에게는 충분히 있다.

내수와 소비가 아직 본궤도에 오르지 못하는 상황에서 한국 경제의 돌파구는 수출뿐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 어느 때보다 민관이 머리를 맞대고 합심해 수출 다변화, 고부가가치화 등 체질 개선에 나서는 한편 글로벌 통상 현안과 공급망 재편에도 적극 대응해 나가야 한다. 2024년 수출의 양적·질적 성장이 우리 경제 전반에 온기를 불어넣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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