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까지 공매도 금지가 예정돼 있지만 금융투자 업계는 공매도의 연내 재개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 당국이 ‘불법 공매도’를 방지할 전산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같은 시스템이 완비되고 난 후 재개가 가능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전산화 시스템 구축 이후 시행착오 등을 점검하는 절차까지 거친다면 내년께나 돼야 공매도 재개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7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금융 당국은 무차입 공매도 주문을 빠르게 탐지하고 적발할 수 있는 공매도 전산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금융 당국의 방안은 공매도 거래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기관 투자자들에게 공매도 주문 처리 과정을 모두 전산화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같은 방안은 당국이 지난해 11월 태스크포스(TF)를 만든 뒤 5개월 후인 지난 4월 공개됐다.
기관투자가가 현물 보유분, 대차 거래분, 기타 매도 가능 권리를 전산으로 관리하면 실시간으로 매도 가능한 잔고와 주문 내용을 비교할 수 있게 된다. 보유 수량이 부족할 때 부족 수량 만큼 차입이 승인되기 전까지 공매도 주문이 이뤄지는 것을 막아 무차입 공매도를 실시간으로 걸러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기관 투자가가 자체 전산 시스템을 통해 걸러내지 못한 무차입 공매도는 한국거래소에 구축될 중앙차단시스템(NSDS)에서 걸러지게 된다. 전산 구축 의무화 대상인 기관투자가들이 매일 제출하는 데이터를 토대로 스크리닝이 이뤄지기 때문에 일 단위로 검증이 이뤄지게 된다.
다만 이같은 방안이 언제부터 시행될지는 미지수다. 무차입 공매도를 단속하고 검증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도 필요하다. 금감원 등은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기관이 공매도 잔량 정보를 거래소 등 외부에 공유할 법적 근거를 마련할 방침이다. 여야 간 쟁점 법안을 두고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21대 국회 회기 안에 통과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전산화 시스템 구축도 연내 완비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공매도 재개 시점에 대해 “전산화 방안이 얼마나 빨리 마련될지 등을 검토하고 있어 지금 단계에서 말씀드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금융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융 당국이 시스템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올 연말께나 완료한다면 굉장히 빠른 시점이 될 것”이라며 “전산화 시스템 구축 후 작동 오류는 없을지 등 실전 투입까지 추가적인 테스트가 필요하기 때문에 연내 재개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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