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자신을 ‘기억력 나쁜 노인’으로 묘사해 인지 능력 논란에 불을 붙인 로버트 허 전 특별검사의 조사 영상과 오디오를 제출하라는 미 하원의 요구에 대통령 특권을 발동해 거부했다.
백악관과 법무부는 16일(현지시간) 공화당이 주도하는 하원에 서한을 보내 요구 자료에 대한 제출 거부 사실을 고지했다. 하원 공화당 의원들은 이날 허 전 특검의 조사 당시 영상과 오디오 파일 제출을 거부한 메릭 갈런드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의회 모독 결의안을 적용하겠다는 입장이다.
갈런드 장관은 전날 바이든 대통령에 서한을 보내 ‘파일을 제출하는 것은 향후 수사와 법 집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대통령의 특권 행사를 요청했다. 법무부가 의회에 보낸 서한에도 “법무부는 공개될 경우 향후 수사를 위태롭게 할 수 있는 법 집행 파일의 기밀을 보호할 책임이 있다. 부적절한 정치적 영향력으로부터 법무부를 보호하는 선을 그어야 한다”는 취지가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 역시 법무부 의견에 동조하며 이미 녹취록이 공개된 상황에서 공화당이 녹화본을 요구하는 것은 이를 정치적 의도로 악용하려는 것에 다름아니라고 비판했다. 에드워드 시스켈 백악관 자문은 “정당한 필요가 부재한 여러분의 녹화물 요청은 그것들을 조각내 왜곡하고 당파적인 정치적 목적에 맞춰 이를 이용하려는 목적을 드러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정치적 조작을 위해 그같이 민감하고 법적으로 보호받는 수사 자료를 요청하는 것은 부적절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공화당 의원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나이에 대한 논란을 재점화하는 것이 두려울 뿐이라고 비판했다. 파일을 요구한 하원 책임위원회 위원장인 제임스 코머는 “바이든 대통령과 그의 고문들은 대통령의 정신 상태가 쇠퇴하고 있다는 것을 미국 국민들이 재확인하는 것이 두려워 오디오 파일 공개를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갈런드 법무장관은 지난해 1월 바이든 대통령의 델라웨어 사저 등에서 부통령 재직 시절 일부 기밀문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한 수사를 위해 로버트 허 전 연방검사를 특검으로 임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에서 다수의 기밀 문건이 발견된 이후 전반적인 기밀문서 관리 문제가 도마에 오르면서 이뤄진 절차였다. 허 전 특검은 지난 2월 조사 보고서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기밀문서 유출 혐의에 대해서는 불기소 처분을 내렸지만, 그를 ‘기억력이 나쁜 노인’ 등으로 묘사해 인지 능력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키는 등 논란을 빚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열고 “내 기억력은 괜찮다”며 격분하기도 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