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개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을 대량 매도하며 이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같은 기간 외화증권 보관 금액은 늘어 해외 증시로 투자하는 양상이다.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 약화, 유동적인 금융투자소득세 이슈 등 불안감 속에 개미들이 대체 투자처를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금리 인하 가능성이 나오면서 유럽이 다시 관심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럽 증시가 매력적이라고 평하면서도 전쟁 등의 변수를 경계했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주식 2조 6687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다만 이날에는 위험 선호 심리가 살아나며 주식 7540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개미의 투자 자금은 유럽과 미국으로 흘러 들어갔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15일 기준 프랑스 주식 보관 금액은 2억 6625만 달러(3607억 1550만 원)로 지난달 30일 대비 2.69% 증가했다. 영국 주식 보관 금액도 약 3주 동안 1.99% 증가했다. 방산주 열풍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독일의 주식 보관 금액은 무려 25.22% 증가한 1억 7525만 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미국 주식 보관 금액 역시 74억 669만 달러(105조 409억 원)로 같은 기간 6.66% 증가했다.
그간 소외받던 유럽 증시는 최근 상승 곡선을 그리며 순항하고 있다. 이달 10일(현지 시간)에는 영국·프랑스·독일의 증시 대표 지수가 나란히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유럽 경기가 회복세에 접어들고 유럽중앙은행(ECB)의 올 6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주가도 들썩이고 있다. 오한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 증시가) 기대를 뛰어넘는 상승세를 보여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 가치도 충분하다. 유럽 주식시장의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미국에 비해 낮다. 선행 PER이 낮을수록 기업가치 대비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는 뜻이다. 김환 NH투자증권(005940) 수석 연구원은 “유럽 주식시장은 선행 PER이 14배 수준으로 과거 평균 수준인데 반해 미국은 20배로 과거 평균 수준보다 높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변수를 주의하라고 조언했다. 대중 수출 비중이 높은 만큼 유럽 증시가 향후 중국 경제 상황에 따라 흔들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끝나지 않는 전쟁 역시 위험 요인이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길어지는 전쟁 탓에 유가 상승 불안감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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