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투자 사기가 급증하고 있다. 장기간 침체에서 벗어난 일본 증시가 올해 호황을 맞은 가운데 노인을 비롯한 투자 경험이 부족한 이들이 대거 투자 시장으로 유입되자 관련 범죄도 크게 늘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이 일본 경찰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 1분기 일본에서 투자 사기로 인한 피해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배 늘었다. 올 1분기 경찰에 1700건의 사기 사건이 접수됐고, 한 건당 평균 1300만 엔의 피해가 발생했다.
일본은 개인들이 직접 투자에 나서기보다 저축을 하거나 간접적인 방식의 투자를 선호한 국가다. 이에 그 동안 전 세계 ‘투자붐’이 일며 관련 사기 범죄가 크게 늘었지만 일본은 관련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현금을 비축해두는 개인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이 심했던 일본에서 지난해 40년 만에 최고 수준의 인플레이션이 나타나고 일본 정부도 주식 투자를 유도하자 범죄 환경이 조성된 것으로 해석된다. 일본 정부는 가계가 보유한 현금을 활용하기 위해 비과세 은퇴 저축 계좌인 ISA를 확대하고 저축에서 투자로의 전환을 장려하고 있다.
올 3월 일본은행이 발표한 조사에서 일본 가계의 주식 투자가 2023년 12월 기준 연간 29.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현금 저축의 증가 비중은 1%에 그쳤다. 그만큼 갑자기 투자에 관심을 가진 이들이 크게 늘어났다는 뜻이다.
이에 투자에 친숙하지 않은 이들의 자금에 사기꾼이 먹잇감으로 전락했다는 해석이다. 오사카 교이쿠 대학의 스즈키 마유코 교수는 “일본 학교에서는 전통적으로 투자에 대해 거의 가르치지 않고 저축과 지출에 교육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어떤 주식도 지속적인 수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사람들이 이해한다면 사기를 많이 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60대인 엔도 씨는 편안한 노후를 보내기에는 저축이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고 노후자금을 불릴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온라인 플랫폼에서 무료 투자 세미나를 개최한다는 광고가 눈에 보고 조금씩 투자를 시작했다. 이후 대출까지 받아 총 2000만 엔을 투자했지만 결국 투자금을 날리게 됐다. 투자 사기 피해자 단체의 회장인 사이조 카즈히데는 “일본은 사람들에게 열심히 일하고 돈을 저축하라고만 가르쳐 왔다”면서 “투자 분야에 있어 사람들은 어린아이와 같다”고 했다.
이 같이 투자 사기 범죄가 갑작스럽게 늘어나자 일본 정부도 주의를 기울이는 모습이다. 앞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사기 범죄자 검거에 중점을 두는 가운데 관련 대책을 6월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