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대(對)중국 고율 관세 조치에 맞서 미국·유럽산 플라스틱 반덤핑 조사에 돌입한 데 이어 ‘틱톡 금지법’ 통과를 주도한 미국 정치인에 대한 제재에 나서는 등 연일 공세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중국은 이미 ‘보복관세’ 적용이 가능한 ‘중국판 슈퍼 301조’를 만들어 정면 대결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21일(현지 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한 외교부령을 통해 “미국 위스콘신주 전직 연방의원 마이크 갤러거는 최근 빈번하게 중국 내정에 간섭하고, 중국의 주권과 영토 완전성을 훼손했으며, 중국의 이익을 침범하는 언행을 했다”며 이날부터 제재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제재 방식은 중국 내 동산·부동산과 기타 재산의 동결, 중국 내 조직·개인과의 거래·협력 금지, 비자 발급·입국 불허 등이다. 대(對)중국 강경파로 알려진 갤러거 전 의원은 올해 3~4월 중국계 기업 바이트댄스의 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강제 매각을 규정한 법안 처리를 이끌었다. 미국에서 1억 7000만명이 사용하는 틱톡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폭발적 인기를 누린 동영상 앱이지만, 미국 정부와 정치권은 틱톡의 모회사가 중국 기업이라는 점을 들어 사용자 정보가 중국 정부에 흘러 들어갈 가능성을 우려해왔다.
중국 정부의 미국 유력 정치인 제재 조치는 이례적이긴 하지만, 그간 미중 갈등 국면에서 반복됐던 양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실제로 2021년 5월 중국은 미국 국제종교자유위원회 위원인 조니 무어의 중국 본토, 홍콩·마카오 입국 금지 조치를 취했는데 이는 미국이 종교자유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중국 관리 1명을 제재한 데 대한 대응 차원이었다. 같은 해 12월에도 미 정부 산하 독립기구인 국제종교자유위원회의 나딘 마엔자 위원장과 누리 터켈 부위원장, 제임스 카 위원, 아누리마 발가바 위원 등 미국인 4명에 대한 중국 입국 금지, 중국 내 재산 동결, 중국 시민·기관과의 거래 금지 등 조치가 이뤄졌다. 미국 국무부와 재무부가 신장 위구르 인권 침해를 이유로 중국 전현직 공무원 4명을 제재한 것에 대한 맞불 조치였다.
앞서 20일 중국 상무부는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대만에서 수입되는 플라스틱인 ‘폴리포름알데히드 혼성중합체(POM)’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도 전격 착수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의 반덤핑 조사는 EU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반보조금·반덤핑 조사와 미국 정부의 중국산 에너지 제품에 대한 새로운 관세 발표 이후 나온 것”이라면서 “중국과 외교적 긴장 관계인 일본과 대만도 조사 대상”이라고 전했다. 중국은 앞서 미국 주도의 대중 첨단기술 통제에 핵심 광물 수출 금지로 역공을 취하는 ‘강 대 강’ 전략을 취해왔다. 데이터보안법·반간첩법 등 방어막을 겹겹이 강화해 중국을 위협하는 기업들을 걸러냈다.
글로벌 무역 전쟁의 전운이 짙어지자 기업별 대응책을 분석·조언하는 로비스트와 전문가 그룹의 보고서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워싱턴DC의 전문 자문회사 브런즈윅은 “미국의 무역정책은 이제 경제적인 도구가 아닌 국가안보 도구로 확립됐다”면서 “이는 잠재적인 관세 조치에 대한 예상을 어렵게 만들고 추가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로비스트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각종 보고서가 쏟아지는 현 상황이 2018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중국에 대규모 관세를 부과했을 당시와 유사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그레그 입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전 행정부 당시 부과한 관세를 폐지하기는커녕 외려 품목을 추가한 것은 미중 경제 디커플링이 되돌릴 수 없는 추세라는 강력한 신호”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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