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반포 ‘래미안 원펜타스’ 조합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택지비 감정평가를 너무 일찍 받은 탓에 일반 분양가가 예상보다 낮게 책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대안으로 거론되는 ‘임대 후 분양’도 현행법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2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초구청은 다음 달 래미안 원펜타스에 대한 분양가심의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분양가가 확정되면 조합은 오는 7월께 일반 분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신반포15차를 재건축한 래미안 원펜타스는 지하 4층~지상 35층, 6개 동, 총 641가구 규모로, 이중 292가구가 일반 분양된다. 올 하반기 입주를 앞둔 후분양 단지로, 입주가 완료되면 인근 ‘래미안 원베일리'와 함께 반포를 대표하는 단지가 될 것으로 조합원들은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래미안 원펜타스의 3.3㎡당 분양가가 6000만 원 중반대로 책정될 가능성이 높아 조합의 이익이 줄어드는 반면 일반 분양자의 이익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강남 3구와 용산구 등 분양가상한제 지역 아파트 분양가는 택지비와 건축비 등을 합산해 책정한다. 건축비에는 단순 공사비뿐 아니라 콘트리트 구조 등에 따른 가산비율, 분양 보증 수수료, 착공일로부터 입주자모집공고일까지 투입된 공사비에 대한 이자 등이 포함된다. 래미안 원펜타스는 3년 전인 2021년 5월 토지 감정평가를 진행해 3.3㎡당 4169만 원 수준의 토지 가격을 인정받았다. 분양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서울 하이엔드 재건축 건축비가 3.3㎡당 2000만 원가량 인 것을 고려하면 6000만 원대 중반을 넘기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지난 2월 분양한 인근 ‘메이플자이’의 분양가인 3.3㎡당 6705만 원보다 낮은 금액이다. 이에 래미안 원펜타스 조합 측은 3.3㎡당 7500만 원의 분양가를 제시하며 택지비 재평가를 받게 해 달라고 구청 측에 요청했지만 거절 당했다. 현행법상 재건축 시 택지비 감정평가는 한 번만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래미안 원펜타스의 경우 2022년 선분양을 위해 2021년 택지비 감정평가를 받은 후 시공사 교체를 등을 둘러싼 각종 법적 다툼으로 분양 시기가 지연된 점이 분양가 인상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통상 재건축 조합은 분양 예정일 6개월 전에 택지비 감정을 받는다. 감정 시기를 최대한 늦춰야 택지비를 높게 인정받고, 일반 분양가를 올려 조합원들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조합이 ‘임대 후 분양’으로 선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서울시와 국토교통부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임대 후 분양은 조합이 일반 분양분을 분양하지 않고 최소 8년간 임대를 놓다 이후 분양하는 방식을 뜻한다. 이 경우 최종 분양가에 대한 규제가 없다. 앞서 래미안 원베일리 조합도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2019년 임대사업자에게 일반분양 물량을 통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정부의 제동에 의해 무산된 바 있다. 서울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조례’에 따라 정비사업 내 공동주택은 일반에게만 분양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래미안 원펜타스의 경우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이기 때문에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임대 사업자에게 주택을 우선 공급할 수도 없다.
다만 용산구 ‘나인원한남’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전인 2018년, 여의도 ‘브라이튼여의도’는 서울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분양가 상한제가 해제된 지난해 3월 임대 후 분양을 진행한 바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행법이 아니더라도 재건축 조합이 임대 후 분양을 하기 위해서는 정비계획부터 반영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큰 시세차익에 분양 대기 수요가 대거 몰리며 래미안 원펜타스의 청약 경쟁률은 높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래미안 원베일리 전용 84㎡ 실거래가는 현재 40억 원대에 형성돼있다. 만약 래미안 원펜타스 전용 84㎡ 일반 분양가가 20억 원 초반대로 책정될 경우 당첨자는 추후 매각 시 20억 원에 육박하는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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