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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만에 열린 '순위 없는' 어린이 그림 잔치

◆8번째 故황창배 화백 기획 전시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열린 ‘백봉 어린이 그림잔치’ 전시 전경. 사진제공=황창배 미술관




충북 괴산군 청안면 부흥리 백봉초등학교 체육관. 지난 14일 이곳에는 어린이와 학부모 등150여 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나흘간 열릴 한 한 전시회의 개막식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전시회의 이름은 ‘제 8회 백봉 어린이 그림잔치’. 어린이들이 참여하는 미술 행사는 통상 ‘미술 대회’, ‘경연 대회’라고 불리지만, 이 행사의 명칭은 ‘그림 잔치’다. 참여한 어린이들의 작품을 평가해 성적을 매기는 절차가 없기 때문이다. 작품의 우열을 따지지 않기 때문에 모든 작품은 전시장에 걸려 관람객을 맞는다.

충북의 작은 마을에서 22년 만에 열린 전시회의 그림들이 서울로 자리를 옮겨 한 달 간 관람객을 맞는다.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황창배 미술관은 지난 20일부터 6월 15일까지 ‘제 8회 백봉 어린이 그림잔치’를 개최한다고 28일 밝혔다.

1990년대에 열린 ‘백봉 어린이 그림잔치’ 모습. 사진제공=황창배 미술관 인스타그램 캡쳐.




‘백봉 어린이 그림잔치’는 한국 화단의 이단자라 불리는 황창배(1947~2001)화백이 1996년 기획한 작은 전시회다. 작가는 특정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양식으로 신드롬을 일으켰지만, 1991년 이화여대 동양화과 교수직을 사임하고 아무런 연고도 없는 백봉리에 내려가 창작에 매진했다. 이곳에서 작가는 어린이들의 그림을 중심으로 한 전시회를 기획 했고, 1996년부터 백봉 초등학교 어린이들과 함께 ‘백봉 어린이 그림잔치’를 열었다. 그림잔치는 6회까지 진행 됐고, 작가 사후에도 1회 더 진행 됐으나 이후 22년간 멈췄다.

기억에서 잊혀져 가던 그림잔치가 부활한건 이근우 중원대 교수가 황 화백을 연구하던 중 가족들을 통해 ‘백봉 어린이 그림잔치’의 존재를 알게 됐고, 백봉 초등학교를 직접 방문해 관련 기록을 우연히 발견한 덕분이다. 이후 백봉초등학교와 동문회 등은 ‘황창배 기념사업회’를 조직, 올해 ‘제 8회 백봉 어린이 그림잔치’를 개최하기에 이른다.

전시장을 찾은 어린이 관람객들. 사진제공=황창배 미술관


주최측은 앞으로 이 전시를 더욱 확대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황 화백의 아내 이재온 황창배 미술관장은 “작가는 본래 어린이를 좋아했고, 왼손으로 그림 그리기를 시도할 정도로 다양한 실험을 하던 사람”이라며 “이 전시는 앞으로 서울과 괴산에서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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