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주도로 4년 반 만에 열린 한일중 정상회의에 대해 28일 전문가들은 “3국, 특히 한중관계 회복에 중요한 계기를 만들었다”고 입을 모았다. 북핵 해법 등에서 예년보다 낮은 수준의 선언에 그쳤지만 그동안 소원했던 한중일 3국을 한 테이블에 마주 앉게 만들었다는 점 만으로도 성과라는 평가다. 이들은 향후 한중 관계를 어떻게 관리하는지가 중요하다며 3국 협력의 제도화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27일 9차 한일중 정상회의 결과를 담은 공동선언에서 38개 항목으로 구성된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3국 정상은 선언문에서 “역내 평화와 안정, 한반도 비핵화, 납치자 문제에 대한 입장을 각각 재강조했다”고 밝혔다. 2019년 8차 회의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동북아 평화와 안정, 일본 납북자 문제 등을 지지 표명을 한 것에 비해 ‘각각 재강조했다’는 한 단계 후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반도의 비핵화에서 ‘완전한’이라는 표현도 빠졌다.
이에 외교부측은 지정학적인 환경 변화 속에서 중국이 ‘한반도의 비핵화’를 재확인한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중국은 2023년 이후 ‘한반도 비핵화’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있다”며 “2018년과 2019년 7, 8차 회의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당시 거론되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라는 표현을 쓸 수 없어 ‘완전한(C)’이란 표현을 담았던 것”이라 강조했다. 이 당국자는 “중국이 한반도 비핵화라는 단어를 쓴 사실은 낮게 평가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 역시 정상회의 공동선언문에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이 들어간 자체가 북한에 압박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최우선 국립외교원 교수는 “중국이 이번 공동선언문을 통해 북한을 약간 견제했다고 본다”며 “북한 입장에서는 중국이 북한에 큰 압박을 넣지 않는다고 봤을 텐데, 중국이 우려 섞인 표현을 사용한 만큼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 내다봤고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시진핑이 참여하지 않은 이상 북핵 관련 더 상위의 미묘한 이야기를 하기엔 한계가 있다”며 “중국이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을 한지 워낙 오래돼 희석될 수 있었는데, 이런 발언을 다시 했다는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전봉근 국립외교원 교수는 “중국과 한중외교안보대화(외교·국방 2+2) 회의를 신설한 점도 한반도 내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좋은 기회”라고 설명했다.
이번 회담에서 3국은 예민한 안보 문제 대신 공급망 등 경제·민생 분야 논의에 집중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급속도로 변한 지정학적인 환경이 영향을 미쳤다. 특히 한미일·북중러로 블록화가 가속하는 만큼 지역 내 당사자인 한중일이 한 테이블에 앉아 논의를 시작한 것만으로도 의미있다는 평가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미일 밀착 과정에서 한중 관계가 다소 소원해졌는데, 4년 반 만의 3국 정상 회담을 주재하며 관계를 복원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최 교수는 “3국 회담 자체가 여러 이유로 오랫동안 진행하지 못했는데, 다시 물꼬를 텄다는 자체가 성과”라며 “중국이 그동안 꺼리던 학자 포함 민간 교류도 이어가기로 한 만큼 내용적으로 무언가를 더 했어야 했는데 실망스럽다 이런 건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고 차 연구위원 역시 “각론에서 온도차가 분명 있었지만 정례적인 대화를 부활시키고 협력적인 의제를 다룬 점은 긍정적”이라고 봤다. 전 교수는 “이번 회담을 토대로 3국 정상회담을 정례화 해 대화를 이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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