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미국의 기준금리가 인플레이션을 누르는 수준인지를 두고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관계자들 사이에서 논쟁이 일고 있다. 전·현직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들이 정반대의 의견을 내놓는가 하면 연준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리며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모양새다.
존 윌리엄스 뉴욕연은 총재는 30일(현지 시간) “인플레이션은 올 하반기에 다시 진전을 보일 것”이라며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의 효과가 점점 나타나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 같은 발언에는 미국 경제의 중립금리가 연준의 현재 추정치보다 높아지지 않았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중립금리는 경제를 누르지도, 부양하지도 않는 수준의 금리를 말한다. 현재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제외한 실질 중립금리를 0.6%로 추정한다. 약 3%인 인플레이션을 고려할 때 기준금리가 3.6%보다 높다면 이론적으로 경제를 누르는 수준이라는 의미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5.25~5.5%다. 윌리엄스 총재는 “올 들어 중립금리가 상승했다는 신호는 없다”고 말했다.
반면 2009~2018년 뉴욕연은 총재를 지낸 빌 더들리는 “미국 경제의 호조가 지속된다는 점은 중립금리가 크게 상승했다는 강력한 증거”라며 “지금의 통화정책이 그다지 제약적이지 않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주장했다. 더들리 총재는 △높은 주가 △베이비붐 세대의 넉넉한 은퇴자금 △바이든 행정부의 제조업 투자 활성화 정책 등이 중립금리를 높이는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이 모든 것을 고려할 때 실질 중립금리는 (0.6%가 아닌) 2.0%일 수 있다”며 “그렇다면 현재 인플레이션 3%를 더할 경우 중립금리는 5%이기 때문에 현 기준금리가 성장과 인플레이션을 누르는 압력은 거의 무시해도 좋은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계속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로리 로건 댈러스연은 총재도 이날 “현 통화정책은 생각만큼 제한적이지 않을 수 있다”면서 “모든 선택지를 테이블 위에 놓아야 한다”며 중립금리 상승을 시사했다.
이처럼 중립금리는 올해 연준의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연은 총재는 최근 “모든 연준 위원들이 중립금리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위해 경제를 다시 살펴보고 있다”며 올해 이 주제에 대해 더 깊이 파고들 것임을 예고했다.
만약 연준이 중립금리가 올랐다고 결론 낼 경우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은 커진다. 이를 판단하는 데는 4월 이후의 물가 흐름이 주요 기준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미 상무부는 4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2.7% 상승했다고 31일 밝혔다. 3월 PCE 가격지수의 전년 대비 상승률(2.7%)과 같은 수준이자 블룸버그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2.7%)에 부합한 결과로 평가된다.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PCE 가격지수도 지난해 같은 시기 대비 2.8% 올라 시장 예상과 같은 수준을 보였다. 연준이 중시하는 물가지표인 PCE 지수가 당초 예상치에 대체로 부합해 시장에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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