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가 국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나날이 커지면서 국내 기업들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들고 있다. 유튜브는 동영상을 제공하는 것에서 나아가 검색·음원·게임으로까지 전방위적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점유율도 빠르게 끌어올리는 중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이 자체 경쟁력을 키우는 것과 함께 정부가 글로벌 기업에도 동일한 잣대로 불공정행위를 제재하는 등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2일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유튜브는 4월 기준 한국인이 가장 오랜 시간 사용하는 모바일 앱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들은 유튜브에서 전체 사용 시간의 3분의 1(33.6%)을 쓰고 있었다.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이 2위를 차지했지만 앱 사용 시간 점유율이 10.7%로 유튜브와 3배 차이가 났다.
1분 이내의 짧은 동영상인 ‘쇼츠’가 인기를 끌면서 유튜브 총 사용 시간도 1021억 분을 기록해 2019년 1월(519억 분) 대비 약 2배 가까이 늘었다. 유튜브 총 사용 시간은 2020년 700억 분 수준에 머물다 쇼츠가 출시된 2021년 7월 801억 분으로 올라섰다. 이후 상승세가 지속되며 올해 1월에는 1119억 분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짧은 동영상이 유행하며 올해 3월 다음이 ‘숏폼’ 탭을 오픈하고 네이버도 ‘클립’ 서비스를 확대하는 등 대응에 나섰으나 갈 길이 멀다.
동영상뿐만 아니라 음원 부문에서도 유튜브가 이미 시장을 장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4월 기준 유튜브 뮤직의 월간활성이용자수(MUA)는 720만 명으로 멜론(697만 명)을 앞섰고, 지니뮤직(308만 명)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동시에 유튜브가 프리미엄 멤버십 가입자에게 유튜브 뮤직을 공짜로 제공하며 이용자가 토종 음원 플랫폼에서 유튜브 뮤직으로 이동하는 모습도 관측된다. 이 탓에 토종 음원 플랫폼인 플로와 벅스는 이용자 수가 급감하면서 올 1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게임업계도 유튜브 태풍의 영향권에 들었다. 유튜브가 지난달 28일(현지 시간)부터 75종의 무료 미니 게임인 ‘플레이어블’ 기능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유튜브는 순차적으로 국내에도 플레이어블 기능을 선보일 예정이다. 1020세대가 유튜브를 검색 플랫폼으로 즐겨 사용하면서 검색 플랫폼 시장에도 판도 변화가 진행 중이다. 인터넷트렌드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 25일까지 네이버의 검색 점유율은 58.02%를 기록했다. 조사업체마다 수치가 제각각이지만 유튜브의 모기업인 구글의 추격으로 60%대의 점유율을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전방적인 영역에서 유튜브의 영향력 확대를 지켜보는 국내 업체들의 심경은 착잡하다. 토종 플랫폼 기업들이 각종 규정과 규제로 인해 제약을 받는 반면 유튜브는 교묘하게 이를 피해가면서 사업을 확장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18년 음원 저작권료 징수 규정을 변경해 음원 창작자의 수익배분률을 높이면서 국내 음원 앱들의 저작권료 부담은 늘었지만 유튜브 뮤직은 음악 전문 서비스가 아니라는 정부의 유권해석에 따라 저작권료 추가 지급 의무를 지지 않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올 1월 멜론에 중도해지 조항을 제대로 안내하지 않았다며 98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과 달리 유튜브 뮤직 ‘끼워팔기’ 논란에 대해서는 현장 조사를 실시한 지 1년이 넘도록 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김성철 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교수는 “유튜브는 규모의 경제를 잘 활용하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고 있지만 국내 기업들은 투자나 서비스 기획 능력이 부족하다"면서도 “해외 플랫폼의 불공정행위에 국내 기업과 동일한 잣대를 적용하는 등 역차별 문제를 시정하지 않으면 토종 플랫폼의 입지가 더욱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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