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이 양국 군사 협력의 걸림돌이 됐던 ‘초계기 갈등’을 5년 반 만에 봉합하고 국방 대화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과 기하라 미노루 일본 방위상은 싱가포르에서 열린 21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참석을 계기로 1일(현지 시간) 양자회담을 진행한 후 이같이 합의했다. 양측은 “지난 1년간 초계기 갈등의 재발 방지를 위해 실무급 협의를 진행한 결과 한국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가 양측 함정·항공기 간 통신 절차 및 본부 차원의 소통 방안을 포함한 합의문을 작성했다”고 밝혔다.
한일 초계기 갈등은 2018년 12월 동해에서 조난한 북한 어선을 수색하던 우리 해군 광개토대왕함이 함정 근처로 날아온 일본 해상자위대 P-1 초계기를 향해 사격통제 레이더를 조사했다고 일본 측이 주장하면서 촉발됐다. 한국 측은 레이더 조사는 없었으며 오히려 초계기가 광개토대왕함 근처에서 위협 비행했다고 반박했다. 이후 양국 국방 당국 간 교류는 전면 중단됐다. 그러다 지난해 6월 샹그릴라 대화에서 열린 한일 국방장관회담에서 양국은 갈등의 실마리를 풀자고 합의한 후 이번에 구체적인 재발 방지책을 마련했다.
이번 합의를 통해 양측은 안전 확보를 위해 함정과 항공기 간 안전거리를 유지하고 조우한 함정 혹은 항공기 방향으로 함포와 미사일, 사격통제 레이더, 어뢰발사관 등을 조준해 공격을 모의하는 행위는 피한다는 ‘해상에서의 우발적 조우 시 신호 규칙(CUES)’을 준수하기로 했다.
한일 국방부가 갈등의 진실을 규명하기보다는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것으로 갈등을 봉합함에 따라 양국 군사 교류·협력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양측은 국방차관급 회의를 연례화하고 한일 국방정책실무회의와 한국군과 일본 자위대 간 고위급 교류를 재개하는 등 국방 당국 간 대화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2일에는 한국과 일본 국방부 장관 취임 후 첫 대면 한미일 국방장관회의도 싱가포르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서 3국은 ‘프리덤 에지(Freedom Edge)’ 훈련을 올 여름 최초로 시행하는 것에 합의했다. 한미일이 공중, 해상 연합훈련을 넘어 사이버 부문을 포함한 다양한 영역에서 호흡을 맞추는 내용이다. 또 고위급 협의, 3자 훈련 등 한미일 안보협력을 제도화하기 위한 ‘한미일 안보협력 체계(framework)’도 작성하기로 했다. 북한과 중국, 러시아가 밀착을 하는 가운데 한미일 국방 당국도 연합 태세를 강화하고 나선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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