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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일본은행 총재 엔화 발언 수정 요구"

니혼게이자이신문 "면담때 수정 요구"

4월 기자회견후 엔화 매도세 심해지자

해외 일정 끝내고 귀국해 일정 검토해

면담후 우에다 총재 발언 내용도 변화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의 엔화 관련 발언 내용을 수정할 것을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앞서 우에다 총재는 지난 4월 26일 일본은행 금융정책결정회의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엔저가 (추가 금리 인상의 판단 요소인) 기조적인 물가 상승률에 큰 영향을 주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가 엔화 매도(엔저)를 자극했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지난달 7일 우에다 총재와의 면담에서 앞선 발언 내용을 수정할 것을 요구했다. 총재가 다음 날인 8일 강연 일정이 잡혀있어 발언을 이를 고칠 기회가 된다고 판단했다는 게 신문의 설명이다. 닛케이는 “당초 기시다 총리가 해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6일 면담을 통해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연휴(골든위크) 중 만남이 이뤄질 경우 오히려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 연휴가 끝난 7일로 미뤘다”며 “그만큼 총리가 절박했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전했다. 실제로 우에다 총재의 발언 이후 엔달러 환율은 미국의 경제 지표 발표와 맞물려 4월 29일 한때 달러당 160엔대를 찍으며 34년 만의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고, 일본 정부는 이후 두 차례에 걸쳐 외환 시장에 개입했다. 최근 재무성은 4월 26일부터 5월 29일까지 약 한달간 9조7885억엔(약 86조원) 규모로 외환시장에 개입했다고 발표했다.

5월 들어 조금씩 환율 관련 발언의 톤을 바꿔가던 우에다 총재는 7일 기시다 총리와 만난 뒤 기자단에게 “엔저에 대해 일본은행의 정책 운영상 충분히 주시해가는 것을 (총리와) 확인했다”며 “기조적인 물가 상승률에 (환율이) 어떤 영향을 주는지 주의 깊게 살피겠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8일 강연회에서는 “과거에 비해 물가에 환율 변동이 영향을 미치기 쉬워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총재는 같은 날 국회 중의원 재무금융위원회에서도 “환율 변동으로 경우에 따라 기조적인 물가 상승률이 움직이게 된다”며 “(이런 상황이 되면) 금융 정책상의 대응이 필요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당시 우에다 총재의 발언 변경을 두고 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이 엔저를 용인한다’는 견해가 확산하는 것을 수습하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나왔었다.

한편, 닛케이는 과도한 엔저로 수입물가가 상승해 학교 급식에서 소고기 메뉴가 줄고, 일본 정부가 취득 예정인 최신예 전투기 가격이 예상보다 비싸지는가 하면 달러 환산 임금 역시 줄어 인재가 몰리기 어려운 구조가 되는 등 부정적인 영향이 많다고 지적했다. 엔화 약세가 중장기 국력으로 이어지는 인재와 과학기술, 방위의 힘을 꺾는다는 것이다. 닛케이는 “일본 경제는 이제 엔저에 의존할 단계가 아니고 수출을 통해 돈을 벌어 성장 원천으로 삼는 경제 모델에서는 졸업했다”며 “새로운 성장 전략의 구축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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