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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도 인간관계도 공들여야 '깊은 맛'

[리뷰 - 영화 '프렌치 수프']

긴 시간 필요한 프랑스 요리

요리사들의 관계와 삶 담아

실제 부부였던 배우가 열연

작년 칸 수상작…19일 개봉

영화 '프렌치 수프'의 한 장면. 사진 제공=그린나래미디어




프랑스 요리는 전 세계 요리 중 최고봉으로 꼽힌다. 요리의 수준 뿐 아니라 격식, 즐기는 분위기 등 모든 측면에서 그렇다. 프랑스인들에게 프랑스 요리는 단순히 식사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인생 그 자체이기도 하다. 세 시간이 넘게 걸리기도 하는 프랑스의 정찬 식사는 준비 시간과 식사 후 살롱에서 이어지는 교류 시간을 포함하면 하루 전체가 식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 '프렌치 수프'의 한 장면. 사진 제공=그린나래미디어


영화 ‘프렌치 수프’는 프랑스 요리를 소재로 인생의 의미와 인간관계믜 미묘함을 절묘하게 풀어낸 수작이다. 재료 준비부터 조리, 플레이팅까지 수많은 시간과 기법들이 동원되는 섬세하고 다층적인 프랑스 요리는 20년이 넘는 긴 시간 함께 파트너로 일해온 요리사 외제니(줄리엣 비노쉬)와 도댕(브누아 마지멜)의 관계와 삶을 닮았다.

프랑스인들이 생각하는 결혼은 우리가 생각하는 결혼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프랑스인들에게는 결혼보다 동거나 파트너 문화가 훨씬 익숙하다. 결혼을 한다는 것은 인생의 모든 것을 내주겠다는, 프랑스인들의 정신인 자유조차도 맡길 수 있다는 뜻이다. 영화 속 도댕도 몇 번이나 외제니에게 청혼했지만 거절당했고, 그럼에도 그는 계속해 청혼한다. 이들이 살아 온 삶의 양식과 쌓아 온 신뢰는 어쩌면 부부 그 이상이지만, 벽을 넘기는 어렵다.

영화 '프렌치 수프'의 한 장면. 사진 제공=그린나래미디어




영화는 이들이 오랜 세월 천천히 쌓아온 관계를 요리 과정 전체를 보여주는 것으로 표현한다. 긴 시간 동안 대화 없이 이어지는 요리 시퀀스는 대사 없이도 이들의 관계를 마음 속으로 짐작케 한다. 실제로 과거 부부기도 했던 두 배우가 연기해 미묘한 감정이 더욱 절절히 드러난다.

프랑스 요리의 격변기였던 19세기 말을 배경으로 하는 만큼 요리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마리-앙투앙 카렘으로부터 시작된 초기 프랑스 정찬의 모습부터 오귀스트 에스코피에의 누벨 퀴진으로 변화하는 요리상을 만나보는 재미가 있다. 특별출연하기도 한 세계적인 셰프 피에르 가니에르의 감수를 받은 요리들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돈다.

영화 '프렌치 수프'의 한 장면. 사진 제공=그린나래미디어


권력자가 대접한 초호화 요리에 맞서 도댕은 영화의 원제기도 한 ‘포토푀’(프랑스 가정식 소고기 스튜)를 내놓는다. 어찌 보면 소박해 보일 수 있지만 오랜 시간 정성을 들여야 중층적인 깊은 맛이 나온다는 점에서 영화의 메시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이다. “미식가가 되는 데에는 오랜 시간과 경험이 필요하다”는 영화 속 대사는 인생도 그렇다는 사실을 함의한다.

영화 '프렌치 수프'의 한 장면. 사진 제공=그린나래미디어


‘그린 파파야 향기’로 제46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카메라상을 받은 트란 안 훙 감독의 신작으로, 제76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았다. 19일 개봉, 1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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