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차남인 헌터 바이든이 11일(현지 시간) 불법 총기 소유 혐의 등 3건의 중범죄와 관련해 유죄 평결을 받았다. 현직 대통령의 자녀가 유죄 평결을 받은 것은 미국 사법 역사상 처음으로,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헌터 재판의 배심원단은 이날 델라웨어주 윌밍턴 연방법원에서 이같이 결정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평결 후 성명을 내고 “나와 질(영부인)은 헌터를 사랑하고 항상 지지할 것”이라면서도 “사건의 결과를 받아들이며 사법절차를 계속 존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델라웨어주를 찾아 헌터를 껴안고 위로하는 따뜻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였지만 유죄가 확정되면 자신이 사면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최근 인터뷰에서 분명히 했다.
헌터는 2018년 10월 마약 중독 사실을 숨기고 권총을 구매·소지한 혐의로 지난해 기소됐다. 헌터는 수년간 약물에 중독됐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총기 구입 시 작성하는 서류에 ‘불법 약물에 중독되거나 사용하지 않았다’고 적었고 이와 관련해 2건의 허위 진술을 한 혐의를 받았다. 데이비드 웨이스 특별검사는 유죄 평결에 대해 “미국에서는 누구도 법 위에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헌터는 바이든 대통령의 ‘아픈 손가락’으로 꼽힌다. 바이든 대통령과 그의 전처 닐리아 사이에서 태어난 헌터는 세 살 때 교통사고로 어머니와 여동생을 잃었다. 성인이 된 후에는 술과 마약에 빠져 군에서 불명예 전역하기도 했다.
헌터의 형량 선고 날짜는 발표되지 않았으며 통상 평결 120일 뒤에 이뤄진다고 이번 재판을 담당한 메리엘런 노레이카 연방 판사가 밝혔다. 헌터가 기소된 혐의는 최고 25년의 징역형과 75만 달러의 벌금이 내려질 수 있으나 폭력적 상황에 연루되지 않은 초범이 심각한 수준의 징역형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미국 언론들은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 양형위원회에 따르면 2019~2023년 헌터와 비슷한 범죄로 형을 선고받은 52명 중 92%는 평균 징역 15개월을 선고받았고 8%가 집행유예 또는 벌금형을 받았다”며 “(헌터가) 유죄를 인정하고 재판에 잘 출석한다면 집행유예 비율은 30%로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헌터의 이번 유죄 평결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성추문 입막음 돈’ 혐의로 뉴욕 맨해튼 법원에서 유죄 평결을 받은 지 불과 2주 만에 나왔다. 이에 따라 이번 대선에서 ‘부패한 트럼프’와의 차별화를 시도하던 바이든 캠프의 선거 전략에도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27일 CNN에서 예정된 대선 주자 TV 토론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죄 문제를 부각하기가 부담스러워졌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더구나 헌터는 올 9월 로스앤젤레스(LA)에서 탈세 혐의로 또 다른 재판을 앞두고 있는데 이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더 큰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총기 불법 소유 재판과 달리 탈세 혐의는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으로 재임하던 당시 헌터가 우크라이나 에너지 기업 부리스마홀딩스 임원으로 영입돼 거액을 받았다는 의혹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캠프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이번 재판은 중국·러시아·우크라이나로부터 수천만 달러를 긁어모은 바이든 범죄 일가의 진짜 범죄에서 주의를 돌리기 위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어 “바이든 가족 범죄 제국에 대한 부패한 바이든의 통치는 11월 5일 모두 끝날 것이며 다시는 어떤 바이든도 사익을 위해 정부 접근 권한을 팔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