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이 13일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에서 열린 ‘자유시장경제 특별 세미나’에서 “시장 시스템의 결과에 대해 소수의 정책 결정권자들이 섣불리 선악을 규정하고 이를 임의로 재단하고자 하는 발상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조 원장은 이날 “경제 역동성 회복이 주요 과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경제 원리에 배치된 정책 결정 방식은 배제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제로 시장을 억압했을 때 나타난 부작용이 더 극명했다고 비판했다. 타다금지법 등 레거시(전통) 산업의 보호를 위해 혁신 기업의 진입을 금지하는 규제, 정규직 노동자의 기득권을 보다 공고히 하는 방향의 노동시장 규제 등이 대표적이다.
정부에 과도한 기대를 하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조 원장은 “이상기후로 급등한 신선식품(사과) 가격의 정부 책임론을 지켜보면서 흉년이 들면 왕을 처형했다는 고대 문명이 연상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의 불행이나 불안을 대신 책임져줄 강력한 정부가 있기를 바라는 모순된 기대가 자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면서 “정부가 경제의 세세한 부분까지 개입해 더 좋은 결과를 만들 것으로 기대할 수 없다. 어떤 종류의 반도체를 생산할지, 어떤 주식의 수익률이 더 좋을지, 이러한 판단을 해당 분야 전문가보다 정부가 더 잘할 수 있는 시대는 이미 한참 지났다”고 덧붙였다.
김병연 서울대 석좌교수는 “ 대학가에서 ‘시장가격은 정부가 정한다’고 이해하는 학생들이 있을 만큼 시장경제에 대한 이해가 왜곡돼 있다”며 한국의 시장경제 체제에 대한 진단과 방향성 설정이 부재한 결과라고 꼬집었다. 그는 시장경제를 미국형·독일형·스웨덴형·그리스형 등으로 분류했는데 한국은 노조의 힘이 강하지만 복지 수준은 중간 정도라는 점에서 일관성이 없는 경제 형태를 갖췄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인구가 감소하고 기술 주기가 짧은 게 유리한 4차 산업혁명 시기를 고려할 때 제도 유연성이 높은 영미형을 벤치마킹해야 하지만 한국은 오히려 반대로 가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현재 노동시장과 교육의 유연성 확보가 핵심적인 과제로 남는다”고 말했다.
민세진 동국대 교수는 가격 규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민 교수는 “물가가 민심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부작용이 있어도 당장의 가격통제가 생기는 측면이 있음을 상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의 경제가 유럽보다 큰 규모로 성장한 데는 규제 완화 기조가 결정적이었다고 강조했다. 2008년 유럽연합(EU)의 경제 규모는 16조 2000억 달러로 미국(14조 7000억 달러)보다 컸는데 지난해 미국의 경제 규모는 28조 달러로 성장한 데 비해 EU는 17조 달러에 이르는 데 그쳤다. 손병두 대한민국역사와미래재단 상임고문은 “미국의 시장경제 교육을 본떠 한국도 경제를 필수교육 과목으로 정해야 한다”며 일반 시민에 대한 교육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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