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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앨범 수백장…덕질이 지구 망쳐" K팝 팬들의 분노 [지구용리포트]

랜덤·중복구매 유도 상술 비판

폐기 과정서 유독가스 배출도

케이팝포플래닛은 환경을 고려한 앨범 제작 및 마케팅을 엔터테인먼트사에 촉구해왔다. 2022년 서울 용산구 하이브 사옥 앞에서 친환경 앨범 제작을 촉구하며 퍼포먼스를 벌이는 케이팝포플래닛 캠페이너들. 연합뉴스




한국·인도네시아·일본·벨기에 등지의 ‘K팝 찐팬’들도 뭉쳤다. 랜덤 포토카드와 팬 사인회 응모권 등을 얻기 위해 수십 장의 앨범을 구입하고 곧바로 버리는 ‘앨범깡’을, 결국 팬심이 지구를 망치는 모습을 두고 볼 수 없었던 이들이다.

2021년 출범한 케이팝포플래닛(KPOP4PLANET)은 최근 ‘플라스틱 앨범의 죄악’ 캠페인을 개시했다. 이다연 케이팝포플래닛 캠페이너는 “2021년에 이미 앨범 쓰레기 문제 해결을 엔터테인먼트사들에 촉구했지만 실질적인 해결책을 내놓기는커녕 허울뿐인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홍보하고 있다”며 “국내외 팬들도 함께 참여하는 캠페인을 통해 앨범 중복 구매를 유도하는 상술 중지, 앨범 관련 폐기물 배출량 및 온실가스 배출량 공개 등을 요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달 13일 하이브엔터테인먼트가 연 ‘BTS 진 포옹회’를 사례로 들었다. 이벤트 응모·선발 조건으로 앨범 구매를 내걸어 팬들이 똑같은 앨범을 많게는 수백 장까지 사들이도록 유도했다는 것이다. 이 캠페이너는 “듣지도 않고 버릴 앨범을 대량 구매하도록 유도하면서 앨범 커버를 친환경 종이로 만들었으니 ESG 경영이라고 홍보하는 것은 그린워싱”이라고 지적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 엔터테인먼트사가 앨범 제작에 사용한 플라스틱은 2017년 55.8톤에서 2022년 801.5톤으로 14배 급증했다. 집집마다 CD플레이어가 있었던 20여 년 전에는 폐CD 재활용의 경제성이 충분했지만 CD 시장 자체가 쪼그라든 지금은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재활용할 유인이 없어 일반 쓰레기로 분류된다. 폴리카보네이트 소재로 만들어진 CD는 소각 과정에서 유독가스마저 배출한다.



케이팝포플래닛은 ‘죽은 지구에 K팝은 없다’는 슬로건을 내세워 저탄소 콘서트 개최, 아티스트의 적극적인 기후대응 캠페인 등을 엔터테인먼트사에 제안해왔다. 유명 아이돌 멤버들을 광고 모델로 기용하는 명품 브랜드들도 겨냥했다. ‘최애(가장 좋아하는 스타)’가 광고하는 브랜드가 그린워싱하지 않기를, 보다 친환경적인 브랜드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지난달 케이팝포플래닛은 아이돌 그룹 세븐틴의 팬덤인 ‘캐럿’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에 참여한 팬들은 “쓰레기를 만들고 싶지 않다. 엔터테인먼트사가 굿즈만 따로 판매하기를 바란다”며 문제 해결의 열쇠는 엔터테인먼트사가 쥐고 있다고 지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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