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 분야에 비해 AI 반도체는 투자 유치가 비교적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국내 스타트업이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국내 대기업들이 AI 반도체 분야에 투자하는 것은 AI 학습용 시장을 엔비디아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지만 AI 추론 시장은 아직 지배적 사업자가 없어 국내 팹리스들이 도전해볼 만한 분야로 여겨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6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리벨리온은 올해 초 1650억 원의 시리즈B 투자 유치를 마무리했다. 2022년(335억 원) 투자에 참여했던 KT그룹 계열사가 330억 원을 추가 투자한 가운데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의 파빌리온캐피털 등도 참여했다. 지금까지 28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한 리벨리온의 기업가치는 8800억 원에 달한다.
리벨리온은 최근 SK텔레콤의 자회사인 사피온코리아와 합병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신경망처리장치(NPU) ‘X330’을 국내 대기업에 공급 중인 사피온은 지난해 투자 유치 과정에서 5000억 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았다. 양 사가 합병할 경우 기업가치가 1조 원을 넘는 유니콘 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리벨리온·사피온과 함께 AI 반도체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회사) ‘빅3’로 꼽히는 퓨리오사AI는 800억 원 규모의 시리즈C 유치로 기업가치 6800억 원을 인정받았고 딥엑스는 최근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 등으로부터 1100억 원 규모의 신규 투자 유치를 마무리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생성형 AI 기술 발전이 국내 팹리스 기업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대기업이 든든한 우군이 되고 정부도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등 탄탄한 팹리스 생태계를 조성한다면 국내 스타트업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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