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을 필두로 의료계가 집단 휴진에 돌입한 가운데 한 뇌전증 전문 교수(신경과)가 환자 생명을 볼모로 한 집단행동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17일 의료계에 따르면 홍승봉 거점 뇌전증지원병원 협의체 위원장(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은 의사단체 집단 휴진에 관한 자신의 의견을 최근 언론 기고를 통해 밝혔다.
이 협의체는 분만병의원협회와 대한아동병원협회 등과 함께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추진하는 집단 휴진에 불참하기로 했다.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국내 뇌전증 분야 최고의 명의로 꼽히는 홍 위원장은 기고문을 통해 “의사의 단체 사직과 휴직은 중증 환자들에게 사형선고와 다름없다”며 “의사가 부족해서 환자가 죽는 것이지 의사가 너무 많다고 환자가 죽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상황을 짚었다.
홍 위원장에 따르면 뇌전증 수술을 받으면 사망률이 3분의 1로 줄어들고 10년 이상 장기 생존율이 50%에서 90%로 높아진다. 그런데 전공의 집단이탈이 장기화하면서 현재 뇌전증 수술 건수는 평상시의 40%도 미치지 못하고, 대부분 뇌전증 수술이 취소되거나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그러면서 홍 위원장은 의사단체들이 집단 사직과 휴진의 이유로 꼽은 의대 입학정원 증원을 두고는 "10년 후에 나올 1509명(2025년 증원분) 의사는 그때 전체 의사의 1%에 해당하는데, 1%가 늘어난다고 누가 죽거나 한국 의료가 망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라고 물은 뒤 "10년 후에 증가할 1%의 의사 수 때문에 지금 환자들이 죽게 내버려 두어도 된다는 말인가. 의사로서, 국민으로서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홍 위원장은 의대생 학부모들에게 “내 아들, 딸이 의대생, 전공의라면 빨리 복귀하라고 설득할 것”이라며 “자녀가 훌륭한 의사가 되길 바라신다면 어떤 충고를 하셔야 할지 고민해 주시길 진심으로 부탁드린다”고 적었다.
여기에 덧붙여 홍 위원장은 “의사로서 아들, 딸과 같은 내 환자의 생명을 지키지 못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의사는 사회의 등불이 돼야 한다. 각 전문과 의사는 무슨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의사의 책임과 사명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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